[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여권내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안가 회동'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여권내 친이(친이명박)계가 개헌 공론화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내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가 개헌 논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개헌 공론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개헌을 논의하기 위해 당내 특위를 구성하거나 정책위의장 산하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문제가 의원총회에서 결정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개헌 의총을 거쳐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야당과 협상에 들어가는 수순으로 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친이계 최대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이날 오전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에서 개헌 공론화를 위한 첫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인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개헌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처럼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개헌 공론화에 나서는 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이 그동안 수 차례 개헌 공론화를 시도했지만 당내 호응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개헌에 공감하는 이 대통령의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이 특임장관의 개헌 추진에 힘을 싣어줬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23일 당.청 만찬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관련 언급에 대해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없다면 그런 언급을 하시겠느냐"며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이 논의하기를 바란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발 개헌론은 정권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동기 사태' 등 최근 들어 당이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자주 표출돼 왔다.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이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친이계의 결속을 통해 이 대통령의 당내 지지를 붙잡아 둘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친이계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가 본격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개헌에 부정적이던 친박(친박근혜)계는 여전히 개헌론에서 한 발 뺀 채 관망하는 모양새다.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경우 '세종시 논란'처럼 개헌론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밀어부치는 데에는 정략적 생각이 있을 것"이라면서 "소속 지도자가 주장하는 개헌에 대해선 시기나 내용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립성향의 나경원 최고위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정치권만을 위한 개헌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하기엔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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