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올 상반기 금융권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인 우리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67)이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현 정부의 '창업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강 위원장이 금융계로 진출할 뜻을 표하면서 세 곳 가운데 한 곳의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1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3월 주주총회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68)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69),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류시열 신한금융 회장(74) 등의 후임으로 대표적인 관(官) 출신 인사인 강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최근 청와대를 떠나 금융계에서 일하겠다는 뜻을 대통령께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위원장의 거취에 따라 금융지주사 수장(首長)의 선임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가장 관심의 대상은 하나금융 회장 자리다. 그러나 김승유 회장의 연임여부가 변수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은 최근 연임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주변의 만류 등으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후속작업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김 회장은 지난 97년부터 하나은행장을 맡았고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주인있는 금융지주사로 일본 대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데 그 문제가 간단치 않다. 강 위원장과 라응찬 전 회장과의 밀접한 관계도 신한금융으로 가는데 걸림돌이다.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해 일본 주주들로부터 이미 불신임을 받은 상황이다. 노조 역시 관 출신 인사를 반대하고 있다.
비교적 후보군이 드러난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는 류시열 현 회장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62)이 거론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주(駐)일본 재무관을 지냈고 한ㆍ일친선협회중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일본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본과 맺은 17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은행과장, 국고국장 등과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을 맡아 은행업무에도 정통하다.
강 위원장이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으로 가는 게 대내외적으로 잡음이 적지만 본인이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이승우 사장은 강 위원장의 서울대 법학과 후배이자 행시 22회로 기수에서도 까마득한 후배다.
신한ㆍ하나금융 등 민간 금융지주사에 관 출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금융업 특성상 힘 있는 회장이 와 외풍을 막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기관도 아닌 민간 금융회사 인사를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차기 회장 인선에 돌입한다.
우리금융은 오는 28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 인선에 착수한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외부전문가 3명, 주주대표 1명 등 총7명으로 구성된다.
주주대표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맡게 되고 사외이사 등도 사실상 정부가 선임, 금융지주사 중 정부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다. 3월25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최종 확정된다.
2005년 지주 회장에 올라 연임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도 3월 주총때까지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등기임원 후보를 추천하면 주총에서 등기임원을 선임한다. 주총 후 이사회에서 등기임원 중 대표이사 회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해 확정한다.
신한금융은 헤드헌팅사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오는 29일 열리는 특별위원회에서 복수의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할 계획이다. 단독후보를 정해 결정하고 3월 주총을 통해 선임한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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