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선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청와대 및 정부와 여당 사이의 시각차도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들의 유치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기득권을 주장하는 충남은 물론 광주 대구 포항 울산 경기 등 6곳이 유치전에 뛰어 들었고 18일에는 경남 창원이 가세했다. 또 한 번의 '세종시 사태'가 빚어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학벨트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세종시와 충남도청 신도시로 이어지는 산업벨트에 과학도시 기능을 얹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과학벨트 사업도 흔들렸고 연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충청권 입지조항은 빠졌다. 단순해 보이는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대통령 공약, 세종시, '충청권 기득권', 치열한 유치전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벨트는 세종시 파동의 희생자라 할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충청권이냐, 비(非)충청권이냐로 모아진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충청권 입지가 힘을 받고 있다. 대통령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 세종시의 유령화를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주요 논리다. 타 지역이 선정됐을 때 충청권 반발을 떠올리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청와대나 정부의 태도는 이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국이 후보지'라면서 '추후 상세한 기준을 만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청권 입지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위해 과학벨트를 세우겠다고 말했던 정부가 세종시 유령화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정부안 부결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지는 자세다.
과학벨트로 다시 국론이 쪼개져서는 안 된다. 입지 선정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부적격 사유가 없다면 충청권을 우선 고려하는 게 맞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또 다른 세종시 사태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서, 또 세종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도 그렇다고 본다. 주변에 대덕연구단지 등 과학인프라스트럭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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