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지난해 실적발표를 코앞에 둔 정유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왜 그럴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자칫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정유업계는 지난 2009년에 정제이윤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정유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원유가 상승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상승, 정제이윤이 크게 오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되고 있다. 전년대비로만 봤을 땐 이같은 실적 개선에 의문을 던질 수 도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하면서 정유사들은 일제히 '기름값을 더 내릴 여지가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정제사업을 통한 정제마진이 1~2% 내외로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론은 의아해 한다. 떼돈을 벌어놓고선 가격 인하가 불가하다는 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거짓으로 '앓는 소리'를 한 꼴로 몰릴 만하다.
그렇지만 실상은 이렇다. 지난해 매출 확대는 국내요인 보다는 국제적인 환경 변화가 더 크게 작용했다. 최근 수년간 정유사들의 매출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버는 돈에서 큰 이익을 냈다는 것이다. 국내 휘발유가격에 연동되는 국제 휘발유가격이 단기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마진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말 경유대란으로 대(對) 중국 수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석유화학부문의 선방도 크게 일조했다. 이는 모두 정유사들이 고도화설비에 투자해 효율성 개선에 나서서 가능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론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유류세를 올린 탓에 기름값이 오른 것은 전혀 언급도 안한다. 그저 정유사들만 물고 늘어진다. 삼성이나 현대차가 해외에서 수출 질주를 하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도 '국내서 너무 비싸게 받는다'는 쪽으로만 몰아야 할까.
국민이 겪는 고통을 분담해야하는 것은 '동반성장'의 차원에서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기업이 적정한 환경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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