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황상욱 기자] 국가 행정을 책임졌던 전·현직 국무총리들이 고견을 나누던 저녁 자리가 여야간 대립 탓에 반쪽자리로 전락하게 됐다. 한 때 여야를 불문하고 함께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가 없는 듯 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총리 임명 이후 처음으로 18일 저녁 전직 국무총리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저녁 만찬을 갖기로 했다. 17일까지 확정된 참석자는 약 10명 내외.
김영삼 정부 당시의 이홍구 전 총리, 김대중 총리 당시의 김석수 전 총리 등은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 한덕수 전 총리는 모두 불참키로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첫 총리였던 한승수 전 총리는 해외에 있는 관계로, 정운찬 전 총리는 해외 방문 일정을 들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다. 바로 직전 총리였던 정운찬 총리의 만찬 자리에는 이한동 전 총리, 이홍구 전 총리 등 9명만이 참석했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이 어려운 전직 총리들을 제외하면 대략 22~24명 정도가 사실 이 만찬 자리의 초청 대상이다. 딱히 정치적인 분위기로만 대화하는 것은 아니어서 큰 부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의 이전 정권 총리들은 불참하는 게 점차 관례화 되어 가고 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命)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대통령의 제1위의 보좌기관이다. 국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고 임명된 뒤에는 정부 내 넘버 2의 지위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정부를 통할조정(統轄調整)하는 기관이다. 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임명 당시는 사실상 대통령의 지근에서 보좌할 수 있는 측근이 기용될 수도 있지만 임명 이후는 정부를 사실상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이런 총리들의 자리가 정치권의 세력다툼 때문에 점차 의미가 퇴색돼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백전노장(百戰老將)들이 한데 모여 국가의 대소사를 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이 보기엔 듬직할텐데 말이다.
마침 오늘은 한명숙 전 총리의 5차공판일이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는지 다시 곰곰이 곱씹어 볼 때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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