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전문대 졸업자의 희망연봉이 고졸 이하 학력자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럴 바엔 대학 왜 갔느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자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이력서 1만7000건을 분석한 결과 전문대졸 구직자의 희망연봉은 1941만원으로 고졸이하 2021만원보다 80만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은 2263만원, 석박사 이상은 2628만원이었다.
전문대졸과 고졸의 희망연봉격차는 전년도보다 확대됐다.
인크루트가 지난 2009년 등록된 이력서 2만1000건을 분석한 결과 고졸 이하 구직자는 평균 1923만원을 원해 전문대졸(1892만원)보다 30만원 높았다.
양측의 희망연봉차이가 1년 만에 3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희망연봉 차가 실제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대졸보다 고졸이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서주연 스카우트 컨설턴트는 "전문계고 등을 졸업한 고졸 구직자는 생산직으로 빠지는 경우가 80%인데 LG나 삼성 등 대기업 생산직의 경우 처우가 상당히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생산직의 경우 초임만 2300만~2400만원 정도다.
중공업분야는 3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초임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생산직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연장근무, 야근, 휴일근무도 꼬박꼬박 수당이 나온다.
서 컨설턴트는 "고졸이하 구직자는 생산직만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근무 같은 부가적 부분보다 급여를 제일 우선하기 때문에 희망연봉이 높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문대졸은 다르다. '나는 대졸자'라는 생각이 강해 생산직은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기업들이 학력 폐지를 외쳐도 안에서는 갖가지 제한이 가해진다고 보면 된다"며 "전문대졸 구직자가 대기업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중소기업에 채용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취업한 전문대졸 구직자의 초임은 오히려 고졸 생산직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전문대졸 취업자를 만나보면 대부분 초임이 2000만원 미만"이라며 "1500만원 내외를 받으며 일하는 이들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현실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으니 고졸이하 구직자보다 희망연봉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들어 마이스터고 같은 특성화고교가 많이 들어서고 있고, 최근에는 전문계고와 대기업이 연계해 '고교 졸업 직후 취업'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고교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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