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세종시에 가면 단체 미팅을 추진할거에요. 싱글 사무관들과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의 만남 어때요? 참, 아이디어는 임종룡 1차관이 주셨지요."
13일 오후 기획재정부 7층 창의팀. 민철기 창의팀장(서기관)의 눈이 반짝였다. "재정부 사무관들은 일이 많아서 도무지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잘만 되면 저출산 해소에 도움도 주고, 민원도 해결하고 좋잖아요?"
세제·예산·국제금융…. 약 1000여명이 모여 일하는 재정부, 온통 딱딱한 이름의 간판들 사이에서 창의팀은 존재만으로도 튄다. 노무현 정부 시절 등장한 '혁신인사기획팀'이 이렇게 거듭났다.
하는 일은 죄다 '공무원스럽지 않은 것'들. 지난해 10월 부내 이름 난 스포츠맨들을 KBS 2TV '출발드림팀'에 출연시킨 것도,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자며 연말 윤증현 장관과 트위터 이용자들의 만남을 제안한 것도 창의팀이다.
진지한 행사도 벌인다. 장관에게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일용직 노동자들과 국밥을 나누라고 권하고, 실·국의 담을 넘어 전 직원이 순환 배치되도록 건의했다. 매년 봄과 가을, 소속이 다른 두 개 과를 묶어 여는 '조하데이(한 데 모여 화합하는 날·Joint & Harmony)' 행사도 창의팀 몫이다. "가을에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야구 응원을 같이 하게 했을 땐 반응 뜨거웠죠."
'주특기'를 묻자 민 팀장이 한참 고민을 한다. "보고서 식으로 말하면 조직문화 바꾸기, 잘못된 관행 고치기, 직원 역량 강화 사업 같은 것들인데요. 쉽게 말해 사무관들과 소년·소녀 가장을 멘토-멘티로 묶어주는 착한 일도 하고, 직원들의 불만을 취합하는 신문고 노릇도 하고, 화합을 다지는 재미있는 행사도 기획해요. 우린 재정부 안의 이벤트 회사 직원들인 셈이죠."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큰 그림'을 살짝 공개한다. "재정부 이미지가 좀 차갑다고들 해요. 거시경제정책이나 공적개발원조(ODA), 영리병원 도입처럼 생각이 다른 문제들로 관계부처와 부딪치는 일도 종종 있죠. 한국은행, 외교부, 복지부하고 축구라도 한 판 하면 어떨까요?"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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