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물가, 물가, 말들은 하지만 직접 손댈 수 있는 건 별로 없는데 책임은 무한대로 지는 게 이 정책이다."
"기득권층의 집단 이기주의와 정책의 정치화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기업연수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재정부 과장급 이상 간부 120명이 넥타이를 풀고 캐주얼 차림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기획재정부로 간판을 바꿔단 뒤 세 번째로 열리는 간부워크숍이다. 간부들은 9개팀으로 나뉘어 ▲물가안정 ▲서비스산업 선진화 ▲재정건전성 높이기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이 팀장을 맡은 첫 주제 '물가안정'을 두고는 물가정책과 외에 예산실 등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함께 머리를 모았다.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정책국에서 담당 국·과를 넘어 전 부서가 물가 불안을 잠재우는 데에 협력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왔고, 일부에선 재탕, 삼탕 비판을 받기 쉬운 물가정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석준 정책조정국장과 함께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대한 의견을 나눈 팀에서는 "서비스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기 위해 10년을 애썼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다"는 반성이 먼저 나왔다. 일부는 영리병원 도입 문제 등을 두고 "이해집단의 이기주의와 정책의 정치화가 장애물이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 정서를 헤아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언뜻 서민에게 불리하게 비치는 영리병원 도입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재정부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차갑고 냉철한 재정부의 이미지가 더 싸늘하게 각인된 측면이 있다"면서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동호 재정정책국장이 이끈 세번째 주제 '재정건전성 높이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건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지출의 구조조정을 해야하는지 국민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무상급식 문제 등을 두고 벌어지는 '복지 포퓰리즘' 논란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간부들은 나아가 재정부의 발전 방안에 대한 그림도 그렸다. 한 참석자는 "재정부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라면서 "정책을 추진할 때 힘을 받도록 부처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필요할 경우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관계부처와 부딪치는 정책도 필요하면 밀어붙이는 '뒷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시를 넘겨 끝난 이날 토론에 대해 윤증현 장관은 "교육·보건·의료서비스 등은 주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도 산업화하지 못했다"면서 영리병원 도입 등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서울대 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가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국가의식'에 대해 강의했다. 청와대 이동우 정책기획관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를 맞은 만큼 성과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랜 강의와 토론 사이에는 '웰빙 기체조' 코너도 마련돼 큰 인기를 끌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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