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는 사람 다 만나겠다” 새벽부터 밤까지 주민과의 미팅 일정 소화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구로구청에서 집회가 사라졌다.
자치구 구청을 방문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마이크와 확성기, 빨간 조끼, 구호를 적은 머리띠 등 집회장면이다. 철거민, 지역개발관련자 등 끊임없는 민원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로구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종 집회참가자들이 구청 앞 분수대를 점거하고 연일 확성기를 이용해 집회를 열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구청 인근 주민들의 또 다른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2003년 8월 천왕동 120 일대 22만8100㎡에 교정시설이 건설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그해 10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6여년 간 총 266회의 집회가 열렸다.
매주 월요일이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집회가 이어졌으며 중간 중간 다른 집회가 곁들여져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였다.
변화는 이성 구로구청장의 취임 후 일어났다.
‘소통 배려 화합으로 함께 여는 새 구로시대’를 구정 슬로건으로 내건 이성 구청장은 취임 후 매일같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주민과의 만남 일정을 소화했다.
이성 구청장을 지지하던 주민 뿐 아니라 반대하던 주민까지 만나자는 사람은 다 만났다. 철거민, 풀빵장수, 구두닦이, 장애인 등 만난 이들의 신분도 다양하다.
너무나 빡빡한 일정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이성 구청장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진정어린 태도로 대했다. 주민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해결해 줄 방법은 없는 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런 태도는 이성 구청장의 공무원 철학이기도 하다.
이 청장은 조례 등 직원들을 만날 때 마다 “공무원은 주민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법과 규정을 들이대며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도와 해결해 줄 방법이 없나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런 이 청장의 진정성이 구청을 방문한 민원인과 집회참가자들에게 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척동 고척시장 민원분쟁 해결건이다.
고척시장은 지하 1, 지상 5층으로 이뤄진 쇼핑센터. 71년 개설돼 영업을 해오다 지난 2008년 건물소유자가 임대차계약 종료와 임대료 연체건 등으로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에서 승소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상인대책을 마련하라"며 2009년 2월부터 구청 분수대 앞에서 매주 한두 차례 집회를 열던 고척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4월 30일 최종 명도집행이 이뤄진 후에는 구청 사무실과 복도를 점거하고 7월 1일까지 24시간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들이 벌인 집회 날짜는 구청 광장 집회 37일, 구청 점거농성 79일, 민원제기 방문 29일 등 총 145일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후보토론회에서 고척시장 타결 해법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선거 후 이성 구청장은 개발주와 상인들의 중재를 위해 계속 타협을 시도했다. 양쪽에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도 계속 고민했다.
결국 이성 구청장의 중재를 받아들인 양쪽은 10월 1일 보상에 합의하며 분쟁을 종결했다.
최근 발생한 통반장 축소 관련 갈등도 구청장과의 만남으로 일단락됐다.
구로구의회는 지난해 11월 12일 ‘구로구 통·반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례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통반의 수를 조절하는 것. 기존 1통을 6개반 내지 8개반으로 구성하던 것을 8개반 내지 9개반으로 변경하고, 1반은 20가구 내지 40가구에서 40가구 내지 60가구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변경 내용이 시행되면 자연스레 통반장 수는 감소하게 된다.
구로구는 현재 서울시에서 4번째로 통장수가 많은 구다. 서울시 자치구 평균 통수가 505개인데 반해 구로구는 652개에 달한다. 반면 통장 1명당 평균 세대수는 서울시 자치구 평균이 327가구이고 구로구는 257가구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급격하게 아파트가 늘어난 환경변화를 감안하지 못한 통반의 설치로 그 숫자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례안 통과가 알려지자 기존 통반장들이 반발했다. 구청과 구의회를 방문해 통반장 축소에 대한 항의를 계속했다.
이번에도 이 구청장은 오해를 풀기 위해 직접 나섰다. 통장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구로구의 과도한 통반 현실, 일시적인 축소가 아니라 점진적 축소, 현 통반장의 임기보장’ 등에 대해 설명하고 통반장들의 이해를 얻어냈다.
구로구 한 직원은 “이성 구청장 취임 전에는 연일 이어지는 확성기의 집회 소리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면서 “최근에는 집회가 없어 쾌적한 근무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소통, 배려, 화합을 앞세운 이성 구청장의 대민 스타일이 구로구청을 평화의 장소로 만든 셈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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