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공제료 납입을 1년간 유예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구제역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경제적 손실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이 6일 내놓은 방안이다.
하지만 정작 피해 농가들은 실효성없는 대책이라며 한숨만 내쉬는 형국이다. 한 농민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소나 돼지를 땅속에 파묻고 있는 상황에 보험료 몇 푼 유예해 준다고 누가 반기겠는가"라면서 "차라리 인력이 부족해 일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해 소독활동을 지원해 주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농협의 '공제료 납입 유예'는 집중호우, 산불피해 등 농가에 피해가 있을때마다 상시적으로 내놓는 단골대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협의 대책이 농심을 외면한 사후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농협의 이같은 뒷북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포기당 1000~2000원에 거래되던 배추 값이 며칠 사이 1만5000원까지 치솟는 등 전국적으로 사상 최악의 배추 파동 사태가 빚어졌을 때 일이다. 당시 농협은 김장철 배추값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포기당 2000원에 김장배추 300만 포기(1만t)를 11월 말부터 선착순 예약 판매한다고 기세등등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농협이 김장배추를 판매하기로 한 11월 말은 이미 배추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예약 판매는 당초 농협이 확보한 물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42만포기 정도를 판매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발표 시점 또한 국감이 진행되기 바로 직전이어서 책임과 질책을 모면하기 위한 전시용 대책이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뒷짐진 채 소극적 태도로일관하다 안정을 찾은 이후에야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협이 진정 농민과 상생을 위한다는 모토를 실천한다면 손에 잡히지도 않는 생색내기 대책보다는 살처분 현장과 소독활동 등에 인력을 투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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