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셈이다. 적어도 현행법으로는 인터넷 의사표현 행위를 통제해선 안 된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아무 얘기나 하라'는 뜻은 아닐 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결정을 하면서 네티즌들의 성숙한 의식도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2)씨 사법처리 근거였던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 뒤 '환영'과 '우려' 목소리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자 서울의 한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네티즌들이 헌재 결정을 악용해서도 안 되고 유관기관이 덮어놓고 '새 장치'를 찾으려고만 해서도 안 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공익을 훼손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인터넷ㆍ휴대전화)를 이용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헌재는 '공익'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며 지난 28일 이 조항의 효력을 없앴다.
그간 무수한 논쟁을 만들어낸 이 조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자 정치권 일부와 시민사회는 박수를 보냈다. 민주당은 성명을 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인정한 헌재의 합리적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고 상당수 시민단체는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며 반색했다. 핵심 유관기관인 법무부는 떨떠름하다. 당장 "국가적으로 위험이 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기자 눈에는 모두 위험해보인다.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이 절대적이라는 데 공감하지만 '연평도 포격사태'같은 위급 상황에 터무니없는 '징집설'을 유포하는 행위 등이 볼썽사나운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든 새 처벌 근거를 만들어보려는 법무부 행보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번 결정의 취지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며 법무부가 말하는 '국가적 위험'도 이번에 지적된 '공익'의 개념과 비슷하다"는 헌재 관계자 설명을 곱씹어볼 만하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네티즌들의 의사표현 창구가 더 넓어진 지금 헌재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에 날개를 달아줬다. 네티즌들은 무차별적인 의사표현이 '자유의 날갯짓'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고 기뻐하기에 앞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법무부는 '단속'· '강제'·'사법처리'보다 현명한 제3의 방식을 찾으려 새롭게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헌재 결정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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