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물가 1년 새 2.9% 상승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새해 정부가 국정목표로 삼은 숫자는 '5'와 '3'이다. 2010년보다 5% 경제 규모를 더 키우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연간 3%에 묶겠다고 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의 공언에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성장률을 높이자면 투자와 소비가 활발해야 하는데 그 사이 물가만 '부동자세'로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면 민관 연구기관보다 최대 1.2%포인트 높은 성장 목표에서 멀어질 수 있다. "연초부터 물가를 잡으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 현실화될지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
◆물가 3%, 가능할까
정부는 내년 설(2월 3일) 전후 1분기를 물가 관리의 최대 고비로 본다. 가파르게 오르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아서다.
이상기온 등 돌발 변수에 따라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농산물발 물가폭탄도 걱정거리다. 두부 제조업체들은 최근 일제히 포장두부 가격을 올렸다. 이상기온으로 콩 재배면적이 줄어 원료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아가 구제역 파동에다 의심신고가 접수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양성으로 확인된다면, 축산물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먼저 유가 상승세에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 30일 '에너지 수급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든 뒤 처음으로 '관심 경보'를 발령했다. 관심 경보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5일 연속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기록했을 때 발령된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21일(배럴당 90.62달러) 이후 28일(90.62달러)까지 5거래일 연속 90달러 위에서 거래됐다.
1월 둘째 주에는 또 다시 물가대책도 내놓는다. 전기요금·도로통행료·고속버스 요금 등을 동결하고, 대학의 등록금 인상도 자제하도록 권할 방침이다. 농축수산물의 공급량을 늘려 가격 불안 요인도 잠재우기로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2011년 물가에는 상승, 하락 요인이 모두 있지만, 정부 목표치인 연간 3.0%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가가 많이 올라도 오름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연간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에 머물고, 환율이 하락해 유가 상승분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010년 물가 2.9%올라
한편 올해 연평균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오른 것으로 조사돼 '연간 3.0% 이내'를 점친 정부의 전망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 수급과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빼면 근원물가 지수는 1.8% 올랐고, 생활물가 지수는 3.3% 상승했다.
채소와 과일, 생선·조개류 가격을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농산물 작황부진 등으로 1년 새 21.3% 급등했다. 품목별로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0%, 공업제품은 3.1% 올랐고, 서비스 가격도 1.9% 상승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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