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제역과의 전쟁,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9일. 오늘로 한 달을 넘어 섰으나 수그러들기는 커녕 확장 일로다. 지금까지 소, 돼지의 살처분 규모는 2200여 농가에 52만3000여마리에 이른다.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와 축산농가가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방역이 무위에 그치고 차단막은 속속 무너지고 있다. 어제는 구제역이 충주에서 발생, 충청지역까지 뚫렸다. 그제는 인천 서구, 경북 청송, 경기 양평에서 확인됐다. 놀라운 위세다. 경북 지역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북상해 인천시와 경기, 강원을 휩쓸고 다시 남하하면서 충청도로 세력을 넓힌 것이다. 구제역 발생지역은 5개 시도, 29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구제역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은 초기에 완벽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학적 원인은 물론 전파경로도 제대로 규명해 내지 못했다. 정부만이 아니라 일부 축산농가나 사료회사, 수의사 등의 방심도 확산을 부채질했다. 여주 발생 지역의 경우만 해도 지난 26일 한 사료회사가 3차례나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발생확인이나 통제가 이뤄지기 전에 이들이 바이러스를 실어 날랐다는 얘기다.
정부는 대책을 쏟아냈다.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가축전염병도 재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축산업 허가제라는 강경책도 내놨다. 급기야 오늘 구제역에 대한 위기대응 경보를 '경계'에서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높였다.
뒤늦었지만 구제역이 사실상 전국에 확산된 상황에서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차제에 이 땅에 다시는 구제역이 발붙일 수 없도록 완벽한 방역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한 곳뿐인 구제역 진단 시설을 확충하고 첨단화하는 일도 그 하나다.
자식처럼 기른 가축을 땅속에 묻는 축산농의 심정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걱정은 축산농가뿐이 아니다. 당장은 고기 값이나 우유 값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지만 지난 가을 배추파동이 떠오른다. 산지 소 값도 하락세다. 청정국 지위를 잃어 수출 길이 막혔다. 연말연시 대목을 노리던 한우 음식점이나 선물세트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구제역 종식에 총력전을 펴는 한편으로 파생된 여러 부작용과 후폭풍에도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