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역시 위기에는 ‘가족’뿐인 것일까. SK그룹이 24일 단행한 정기인사를 통해 ‘오너경영’체제를 다졌다.
이날 SK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사진)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국내 재벌가 그룹의 오너가(家) 경영은 더 강화됐다. 위기 상황에 믿을 사람은 형제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이달 초 있었던 삼성그룹 인사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3명의 자녀를 통한 '3세경영'체제를 굳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LG전자가 위기를 맞자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기며 '오너가'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재계에서는 이번 SK인사에서 최 수석부회장이 승진한 것이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그룹 부회장단 조직을 신설하고 최 수석부회장에게 부회장단의 대표 자리를 맡겼다. 부회장단은 최 수석부회장과 함께 김신배, 박영호, 정만원 등 부회장 3명과 최상훈, 김용흠 등 사장 2명으로 구성됐다. 부회장단이 그룹의 성장방향을 잡고, 후계자 발굴 등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SK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퇴임한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의 조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 수석부회장을 제외하면 평균연령 59세로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수석부회장이 부회장단의 전면에 나섰고, 산하에 사장급 인사를 대표로 하는 'G&G추진단'과 '기술혁신센터(TIC)'가 뒤를 받치면서 이 같은 분석은 무뎌졌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잉태할 만한 역량과 힘,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회장단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능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 선임된 CEO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완충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에 비해 세살어리며,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와 스탠퍼드대 대학원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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