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벤치마킹 대상서 제외..현대 기아 경쟁으로 성장 모색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요즘 현대·기아차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도요타와 관련된 얘기가 사라졌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제나 도요타가 1순위로 거론됐지만 올 초 도요타 대규모 리콜이 터진 이후 분위기가 싹 바뀐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과 일년전까지 회의 시간에 도요타 얘기만 꺼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됐는데 요즘에는 (도요타를) 입에 올리면 여기저기서 타박하는 소리만 들린다"고 말했다. '왜 하필 도요타냐'는 것이다. 기아차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면서 과거와 다른 위상을 여기저기서 실감하고 있다. 품질과 디자인 개발에 모두 거는 전략이 요즘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견해다. 미국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해 대비 올해 판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메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쾌속 질주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잘 나가는 것은 좋지만 스스로를 과신해 오히려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요타처럼 현실적으로 경쟁하면서 배울 수 있는 모델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도요타 이후 적합한 롤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생산 규모를 감안할 때 독일 폭스바겐을 거론할 수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컨셉트나 전략과는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지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 내부에서는 서로를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이 같은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자평도 내놓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같은 그룹에 있기는 하지만 영업, 마케팅 조직이 엄연히 분리돼 있는 만큼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을 33%대로 높이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외부와의 경쟁보다는 내부적인 '신중함'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형을 불리다가 자칫 도요타처럼 대규모 불량 사태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스스로의 품질에 완벽을 기하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신차 개발 간격을 당초 18개월에서 16개월로 줄이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신차 개발이 조금 늦더라도 완벽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이번 한미FTA 협정 체결에 따라 국내에 도입되는 수입차의 변화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차는 국내에서 인기가 덜하고, 유럽 및 일본차가 미국으로 우회할 가능성 역시 낮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차가 미국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다고 해도 수량이 시장에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한미FTA 관련한 회의를 하긴 하지만 대책회의라기 보다는 영향이 있나 없나를 파악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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