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친환경車 대전
고연비·그린카 기술력 집약
글로벌 車업계 전환점 맞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9월 말 찾은 파리 모터쇼 현장은 '친환경'을 화두로 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은 물론 현대ㆍ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기업이 가세해 저마다의 그린 카 기술력을 뽐내는 향연이 된 것. 이제 친환경 차는 흐름을 쫓는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시대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다. 그 시발점에 하이브리드카가 있다. 기존의 일반 차량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 환경차를 뜻한다.
하이브리드카의 대표 차종은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혼다의 인사이트 정도가 꼽힌다. 프리우스는 지난 2000년 말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하면서 세계인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혼다 인사이트는 지난 10월 국내에 상륙했다. 가격을 2000만원 후반대로 낮추면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혼다의 야심작이다. 신형 인사이트는 1.3L i-VTEC 엔진과 소형ㆍ경량화를 추구한 IMA 시스템의 조합으로 공인 연비 23.0 km/ℓ를 시현했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연비 좋은 운전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이 세계 최초 적용됐다.
국내에서는 기본에 충실하게 구성된 인사이트와 편의 장비, 사양 등을 보강한 인사이트 플러스 총 2개 트림으로 판매 중이다. 가격은 각각 2950만원, 3090만원이다. 혼다는 내년에 차세대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CR-Z를 국내에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2월 일본 판매를 시작한 CR-Z는 출시 후 1개월 만에 누적 계약 대수 1만대를 돌파하는 등 20~40대 폭넓은 연령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통적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도입을 서둘렀던 일본의 렉서스는 세계 최초의 프리미엄 컴팩트 하이브리드카 CT 200h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스템의 환경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CT200h에는 에너지 절감 및 환경 친화적인 측면을 강화했다. 전기 컴프레서 통합 에너지 절약형 에어컨, 자동 흡기 모드 컨트롤이 장착된 신형 습도 센서, 능동형 시트 히터, 파워 절약형 LED 조명의 광범위한 사용,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경량화된 오디오 시스템 앰프, 뱀부 차콜 스피커 및 바이오 소재 등이 활용됐다. 연비는 리터(ℓ)당 26km 수준으로 뛰어나다.
BMW는 액티브 하이브리드라는 시스템을 장착한 X6과 7시리즈를 선보였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X6은 V8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두 개를 장착해 최고 출력 485마력, 최대 토크 79.6㎏ㆍm를 낸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은 고정밀 직분사 방식 V8 가솔린 엔진, 8단 자동변속기, 전기 모터를 결합시켜 최고 출력 465마력, 최대 토크 71.4㎏ㆍm를 발휘한다.
푸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젤-하이브리드 차량 3008 하이브리드4를 소개했다. 2.0 HDi 엔진과 전기 모터가 조화를 이룬 3008 하이브리드4는 열역학적으로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디젤 엔진을 사용함으로써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보다 30%가량 향상된 연료 효율성을 보여줘 연비는 26.3km/ℓ에 달하며 CO2 배출량은 99g/km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4 시스템은 전륜의 HDi 엔진과 후륜의 전기 모터가 병렬식으로 배치되는 구조로 각각 독립적으로 구동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전륜과 후륜을 동시에 운행, 4륜 구동을 가능하게 한다. HDi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구동될 때에는 최고 출력 200hp, 최대 토크 50.98kg.m로 2.2 HDi 엔진이 뿜어내는 힘과 필적할 만한 파워를 발휘한다. 단독으로 구동될 때에는 각각 163마력, 37마력의 힘을 낸다. 이 차량은 내년부터 공식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의 첫 양산형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이자 해외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4 세타II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용 변속기를 기반으로 해 개발됐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블루 드라이브 시스템'은 현대차만의 독자적인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기존 도요타와 GM이 사용하는 복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른 병렬형으로 적은 모터 용량으로도 동등 이상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하드 타입 하이브리드 차량으로는 세계 최초로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경쟁 모델이 적용한 니켈수소 타입에 비해 무게가 약 30% 정도 가볍고, 출력 및 에너지 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4중 안전 설계로 안전성을 높였다.
이러한 우수한 친환경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을 중심으로 측면의 에어댐과 에어스커트 등 첨단 이미지의 다이내믹한 디자인으로 일반 쏘나타 모델과 디자인 면에서도 차별화했다.
지난해 LA 국제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기아자동차 K5 하이브리드는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과 친환경 하이브리드 기술이 접목돼 완성된 기아차 최초의 중형급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내년 상반기 북미 시장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K5 하이브리드는 최고 출력 168마력, 최대 토크 21.3kg.m의 파워를 발휘하며 하이브리드 전용 세타II 2.4 엔진과 30kW급 전기 모터를 장착했고 하이브리드 전용 6속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또한 고속도로 연비와 시내 연비로 구분되는 미국 시장에서 운전 시간의 57%를 고속도로 모드로 주행하는 미국인 특성에 맞춰 현지 기준 동급 최고인 40mpg의 연비를 구현했고 시내 연비도 36mpg로 경쟁 모델보다 경제성을 확보했다. 전기차와 같이 저속 주행 시에는 모터의 구동만으로 가능하며 가속하거나 오르막길에서 힘이 필요할 때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되고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만 움직이는 등 필요에 따라 배터리에 에너지원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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