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200억원을 주고 산 회사를 자진해서 상장폐지까지 몰고가는 초유의 일이 발생할까. 국내 게임업계의 양강 중 하나인 넥슨이 인수해 화제가 됐던 게임하이에 대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회부 여부가 잠시 후인 5일 오후 6시 결정된다.
게임하이는 지난달 15일 최대주주인 넥슨이 이전 최대주주인 김건일 전회장에게 194억원의 배임횡령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넥슨측은 당시 김 전회장이 지난해 보호예수에 걸려 있던 게임하이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 채무를 지면서 채무자를 본인이 아닌 게임하이가 되게 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매각 과정에서 넥슨에 알리지 않았고, 결국 배임 혐의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
앞서 넥슨은 지난 5월, 김 전회장의 지분 52.91% 중 일부(29.08%)를 732억원에 인수하면서 게임하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넥슨은 이후 추가 매입 등으로 인해 현재 게임하이의 지분율을 52.11%까지 늘렸다. 총 투자금액은 1192억원이었다.
이같은 거금을 투자한 넥슨이 상장폐지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를 공시한 것은 김 전회장으로부터 받지 못한 84억원 가량을 변제받기 위해서다. 물론 모기업의 자금력과 게임하이 자체로 현금창출 능력이 있어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어서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넥슨이 전 최대주주와 현 최대주주간의 문제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선 공시한 횡령배임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게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김 전회장이 졌다는 채무액 194억원중 110억원은 게임하이가 연대보증을 섰고, 나머지 84억원은 서지 않았는데 마치 게임하이가 모두 보증을 선 것처럼 공시한 것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측의 피해가 실제보다 큰 것처럼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보증을 선 110억원은 모두 상환됐고, 보증을 서지 않은 84억원만 상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시를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증을 섰다는 110억원도 이사회 동의가 없이 불법적으로 된 것이므로 김 전회장의 횡령배임은 게임하이와 문제가 아니라 김 전회장간의 문제일 뿐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소액주주는 "게임하이가 상장폐지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한 신뢰도 추락 등 주주들이 입는 피해는 적지 않다"며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가 밀리면 고스란히 피해는 소액주주들의 몫"이라고 전현 최대주주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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