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2억원 싸게 하는 대신 계약서는 분양가대로 써드릴게요. 한번 구경하시겠습니까."
부동산 장기 침체로 쌓인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사실상 '업(up)계약'을 공공연히 권유하는 과열 판촉전이 횡행하고 있다. 아파트 수요자의 선호도가 중·소형 평형대로 기울면서 미분양 해소 속도가 더딘 중대형 주택이 대상이다.
'업계약서'는 실제 계약금액보다 가격을 높여 시·군·구청에 신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이중 계약서로 '다운(down)계약서'와 대비된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족한 주택담보대출을 더 많이 받고 향후 되팔 때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미분양 주택을 '업계약'으로 유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경기 동북부의 A아파트 미분양을 팔려는 판촉요원들은 적극적인 대시를 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분양률은 여전히 저조한 아파트다. A아파트는 대형평형으로 시세는 현재 10억원 가량이다. 전체 분양 가구 수 200여가구 중 절반인 약 100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판촉담당자들은 분양가에서 약 17%를 할인한 가격인 7억~8억5000만원에 계약할 수 있다며 권유하고 있다. 대신 계약서에는 분양가대로 10억원을 써주는 '업계약'을 해준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한 판촉요원은 "세법상 문제없다"며 "대형의 경우 매도할 때는 분양가인 10억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양도세 없이 막대한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할인해 팔더라도 감정가는 9억 가량 나오기 때문에 대출은 감정가의 60%인 5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평형 할인분양은 이런식으로 많이 한다"며 "서울 서초구의 B아파트도 이런 방식으로 10% 할인 분양해 미분양분을 털어왔다"고 전했다. 이 곳도 178㎡~333㎡의 면적으로 대형 평형대로 구성됐다. 실수요자로서는 싸게 사면서 세금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행법상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하게 되면 매도자와 매수자, 중개업자에게 취등록세 3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양도세 부분에서도 적게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발견되면 양도세 산출액 40%의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과태료 부과와 함께 최장 6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업계약서 작성으로 인한 처벌은 피하더라도 한동안 해당 지자체 세무관련 부서 및 국세청의 특별감시대상으로 분류되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한편 지난 7월 국세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가짜 계약서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할 경우 10년 내에는 과세가 가능하다는 국세 심사 결정이 나와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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