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전세시장 불안감이 추석이후 더욱 증폭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셋값 오름세가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둔화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이후 첫 주(10월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20% 뛰었고 둘째 주에도 0.18%(10월8일 기준) 오름세를 이어갔다. 추석 직전 2주간 오름폭은 0.11%(9월17일 기준), 0.06%(9월11일 기준)이었다.
수도권과 신도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추석 직전 2주간 0.15%, 0.16%였던 수도권 전셋값 변동률은 추석 이후 0.12%, 0.29%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신도시도 추석 전 2주 동안 각각 0.01%, 0.07% 올랐지만 추석 이후에는 0.07%와 0.27% 상승했다.
추석 전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추석을 기점으로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확산된 셈이다. 이는 추석연휴가 지나면 가을 전세 수요가 잦아들면서 상승폭이 누그러졌던 예년과는 대비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가을 이사철 수요로 불안했던 전셋값이 추석 이후 점차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의 경우 추석 직전 2주간 0.1%(2009년 9월25일 기준), 0.05%(2009년 10월2일 기준) 올랐던 전셋값이 추석 이후 2주간 0.04%(2009년 10월9일), 0.08%(2009년 10월16일)의 변동률을 보이며 안정을 찾았다.
올 가을 전세시장이 이상조짐을 보이는 것은 추석이 지난해보다 빨랐기도 하지만 불안한 매매시장을 기피하는 전세입자들의 재계약률이 높아진 탓이다. 김상훈 신한은행 부동산전략사업팀장은 "8·29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에도 시장은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강해 매매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난 곳이 서울 송파구 잠실이다. 이 곳은 2008년 하반기 당시 재건축을 끝낸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졌던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던 지역으로, 재계약 시점인 올해 역시 이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잠실 리센츠, 트라지움 등의 109㎡형 전셋값이 2년 전 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 전세시장이 2008년 하반기 부동산 불황기 당시 최저점에 전셋집을 계약한 수요자들의 재계약 시점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전셋값 불안이 장기화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가을 전세시장이 휴지기 없이 봄시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대치동, 목동 등 일부 인기 학군 지역에서는 겨울방학을 앞둔 전세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연구원은 "전세시장은 소형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세금 상승 부담이 과도한 경우나 내 집 마련이 시급한 실수요자라면 급매물을 활용한 매입 전략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8·29대책 이후 소형주택을 사는 무주택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기존 전세금에 약간의 대출을 더하거나 여유자금을 보내 내 집 마련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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