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해외파 출신 에이스들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정면충돌한다.
두산은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4로 승리했다. 두 팀 모두 원정에서 2승씩을 따내며 승부는 마지막 5차전에서 갈리게 됐다.
이제는 벼랑 끝 승부다. 지면 모든 게 끝이다. 양 팀은 5일 잠실구장에 나서는 선발투수로 해외파 출신 에이스들을 예고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몬트리올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선우와 송승준이 각각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한 판 대결을 벌인다.
두 팀 모두 예측된 발탁이다. 두산은 선발투수 난국에 시달린다. 4차전서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임태훈을 선발로 올릴 정도다. 외국인 투수 켈빈 히메네스도 이 경기에 투입됐다. 반면 김선우는 2차전 뒤로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5일만의 등판. 그나마 충분한 회복기간을 부여받았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2차전서 팀 내 최고의 구위를 자랑했다. 승리를 얻지 못했지만, 7이닝 1실점 호투했다. 시속 145km 이상의 강속구와 컷패스트볼이 주효했다. 4회 조금 흔들렸을 뿐 매 이닝 상대를 압도했다. 오른손 타자 앞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 나가는 컷패스트볼은 자주 내야 땅볼로 연결됐다. 롯데 타자들은 6회까지 땅볼 아웃만 9번 당했다.
효율적인 투구는 5회 90구를 던진 상대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와 큰 차이를 보였다. 김선우는 6회까지 76구에 불과했다. 7이닝 동안 던진 공은 총 102개. 두산 김경문 감독 이 같은 피칭의 재현을 기대한다. 팀의 불펜진이 와르르 무너진 탓이다. 물론 이는 그에게 충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가 꺼낸 카드는 송승준이다. 4차전 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5차전 선발은 99% 송승준”이라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송승준은 10-5로 역전승을 거둔 1차전에서 편도선염을 무릅쓰고 5.1이닝을 소화했다. 비록 5실점했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제 몫을 120% 해냈다.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송승준이 제 몫을 다 해 투수진이 정상적으로 운용됐다”며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피로 누적에도 불구 마운드에 오른 이상훈의 투혼을 다시 본 듯했다”고 당시 피칭을 평했다. 이상훈은 2002년 LG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전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6.1이닝을 소화하며 투수진에 숨을 불어넣었다.
양 코치는 “마운드에서 투구에 힘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면서도 “커브 등 변화구 비율을 높여 비교적 잘 막아냈다”고 평했다. 이어 “팔에 힘이 빠진 탓에 릴리스 포인트가 빨라져 직구 제구는 대체로 높았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롯데에 승리요인으로 작용했다. 두산 한 선수는 “정규시즌과 다른 투구를 보여 타격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다른 두산 선수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며 “생소한 투수의 공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편도선염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롯데 한 관계자는 “송승준이 이전 모습을 거의 회복했다”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 타자들로서는 원래 알던 송승준의 투구를 다시 맞게 된 셈이다.
정규시즌서 송승준은 두산과의 세 차례 대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중심타선만큼은 확실하게 봉쇄했다. 두산 김현수와 김동주는 각각 타율 1할2푼5리와 2할2푼2리를 때려내는 데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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