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해야 하는 라마단 마지막날 9월9일 낮. 알제리 수도 알제(Algiers)는 삼엄했다. 음식은 물론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무슬림들의 금식기간이 무려 한달이나 지속되면서 알제리인들의 신경이 날카로워 진 탓이다. 라마단기간을 전후에 자살폭탄 테러 등도 심상찮게 일어나고 있어 방아쇠를 곧 당길 듯한 표정으로 실탄이 장전된 총을 멘 경찰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외국인에 대한 통제도 심하다. 알제에서 신도시 건설현장인 부그졸(Boughzoul)까지 알제 경찰차가 앞뒤로 취재진 버스를 호위했지만 지역이 바뀔때 마다 그 지역 경찰의 검문은 피할 수 없었다.
◇알제리 국토개발의 일환인 신도시 건설 시장 선점
알제에서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남쪽으로 3시간 정도 달렸을까. 끝도 없이 펼쳐진 평야 한 가운데서 'DAEWOO(대우)' 푯말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알제에서 남쪽으로 250 km 떨어진 부그줄 신도시 건설 현장 입구다. 부그졸 신도시는 알제리 국토개발종합계획(SNAT 2025)에 따라 진행중인 14개의 신도시 중 최초로 진행된 사업이다. 규모는 2150ha로 우리나라 분당신도시와 비슷하다.
한국형 신도시 수출 1호로 일컬어지는 부그졸 신도시는 기본계획, 세부설계, 시공 등 모든 과정을 대우건설컨소시엄(대우건설 삼환기업 우림건설)이 책임지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신도시 부지조성공사와 함께 50km의 도로를 비롯해 20km에 달하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 통합공동구를 건설 중이다. 공사금액은 2억9606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칠영 대우건설 부그졸 신도시 담당 상무는 "알제리 최초로 도입되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 통합공동구는 IT강국인 한국의 유비쿼터스 기능을 접목해 전체 신도시의 통합관리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그졸 신도시 1차 발구역 내 도로 상하수도 조명 등 인프라 시설 시공 공정률 16%를 보이고 있으며 내년 11월 준공이 목표다. 알제리에서 개발중인 14개 신도시 중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알제리 정부의 관심이 그만큼 큰 사업장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알제리 정부는 부그졸 신도시 개발에 앞서 한국 동탄신도시 등을 직접 방문한 후 한국 신도시와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1719명의 인력이 투입돼 있다. 경차량과 중장비, 소형장비 등도 310대가 투입돼 있다. 장비와 자재는 모두 한국에서 조달됐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이 라마단 마지막 날이라 현장 인력이 많지는 않았지만 부지 한쪽에 마련된 야적장의 자재들이 공사가 한창임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상무는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업장이라 어려움이 많다"며 "알제리의 첫번째 신도시 사업이라 설득작업도 함께 해야 하지만 이 공사현장을 통해 대우건설의 신뢰성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부그줄 신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부이난 신도시 등 알제리 국토개발사업(도로, 철도, 항만, 공항, 산업단지, 신도시) 참여에 유리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알제리-오만 비료공장...알제리 재진출의 신호탄
다음날(10일) 방문한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의 오란(Oran) 지역에 위치한 이 공장 건설현장은 대우건설의 알제리 재진출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중해 연안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1일 최대 2000t의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플랜트 2기와 1일 최대 3500t의 요소를 생산하는 플랜트 2기, 1일 최대 3500t의 요소를 과립화하는 플랜트 2기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공사다.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수주해 현재 공정률 37%를 보이고 있다. 2012년 7월 완공할 예정이다. 현장 주변에는 각종 대형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70m 높이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분리기계 설치작업도 진행중이었다.
대규모 공사답게 현장에 투입된 인력도 만만찮다. 대우건설 및 한국 협력업체 직원 410명과 동남아시아 등 제3국 노동자, 알제리 현지 노동자 등 5367명이현장에서 근무 중이다. 공사가 절정에 달하는 오는 12월께에는 무려 7694명이 일할 예정이라고 한다.
알제리-오만 비료공장은 지중해 연안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암모니아, 요소 등의 화학비료로 재가공하는 곳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원유 및 가스 의존도가 높은 알제리 수출구조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연 알제리 정부의 관심이 높은 사업장일 수 밖에 없다. 기공식에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정부의 관심속에 진행되는 사업장이다 보니 공정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인근에 비슷한 규모로 이집트 건설사가 공사중인 비료공장 공정이 6개월 정도 지연된 것과는 비교된다.
조재덕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담당 상무는 "알제리 정부와 오만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얻어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 공사지역(3트레인)의 수의계약 절차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또 알제리와 스페인이 합작해 건설할 120억달러 상당의 비료공장 건설 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곳 역시 미쓰비시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입찰했으며 대우건설 몫은 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상무는 "대우건설은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수주를 통해 알제리 재진출의 기반을 마련해 이후 3건의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며 "앞으로 알제리에서 대형 플랜트 공사 발주가 계속될 예정인데 우리 건설사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수주 낭보가 잇따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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