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일본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일본 국채 매수 때문이라며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최근 적극적으로 일본 국채 매입에 나서며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중국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
그러나 일본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중국의 일본 국채 매수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최근 중국 어선 나포 등으로 인해 불붙은 양국 간 갈등이 '환율 전쟁'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 칼끝은 중국으로 = 지난 9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정부는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 규모 확대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일 일본 재무성은 지난 7월 중국이 5831억엔의 일본 국채를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4564억엔 보다 늘어난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에도 7352억엔의 일본 국채를 순매수한 바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 정부가 사들인 일본 국채 규모는 무려 2조3159억엔에 달한다.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미국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보유 자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러나 일본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만은 없다. 국채 매입 규모 증가는 재정적자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이로 인해 글로벌 엔화 매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엔고 현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사사키 토루 JP모건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의 일본 국채 매수는 명백히 엔고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다 재무상은 "중국은 일본 국채를 살 수 있지만 일본은 중국 국채를 살 수 없다는 점은 비정상적이다"라면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양 측 관계자들이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일본 국채 매수에 대한)중국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없지만,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태연한 모습이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안전성·유동성·수익률 등에 기반 해 외환 보유 자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3개월간 9% 올랐다. 이날 오전 도쿄외환거래소에서 엔·달러 환율은 84.08엔으로 간신히 84엔선을 회복한 상태다.
◆ 추가 부양책 나올까 = 일본이 중국의 국채 대량 매수에 우려를 내비치며 불쾌한 심리를 표출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쌓였던 일본의 불만이 환율 문제를 계기로 불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채 매입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위안화 절상폭 제한 등 중국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는 것.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시장 개방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또 이번 발언은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위안화 절상을 촉구한 뒤 제기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미국은 수출을 늘려 경기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환율 문제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 정부가 엔고를 잡기 위한 추가 부양책 시행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책자들이 연이어 추가 조치 의사를 밝히면서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 역시 다시 한 번 점쳐지고 있다.
이번주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경우의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 하겠다"고 언급했으며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 역시 "정부는 필요시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한 강력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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