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10·3 전당대회가 한 달 남았지만 기본적인 '게임의 룰'(경선방식)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전대준비위원회는 4일까지 전대 룰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지만 계파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7월에 열었어야 할 전대가 장기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데는 '빅3'(손학규·정동영·정세균) 간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민주당이 "세 사람 손에 결정되는 당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대 룰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지도체제에서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단일성 지도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정동영 상임고문은 1위가 대표를 맡고 순위별로 최고위원으로 선출해 당을 운영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정 전 대표와 정 고문 측은 당권·대권 분리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손 고문은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표권 문제에 있어서도 계파 간 주장이 엇갈린다. 정 전 대표는 현행 대의원 투표제를 선호하는 반면, 정 고문은 전당원 투표제를, 손 고문은 여론조사 반영을 요구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고문 측에서 단일성 지도체제에서의 대표 권한을 그대로 인정하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표방식에 있어서 대의원 투표에 당원 및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일부 포함하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지만, 정 전 대표 측은 "후보자의 유불리에 따라 게임의 룰을 바꾸자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손 고문과 정 고문 측은 "현제의 방식으로 경선을 하자는 것은 정 전 대표가 연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조직강화특위가 확정한 지역위원장 인선도 진통 끝에 결국 빅3간 나눠먹기로 귀결됐다. 조강특위는 전국 245개 지역구 가운데 사고지구당 14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위원장 선정을 끝마쳤다. 복수의 의원들이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지역위원장이 9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손 고문 쪽은 60~70여명, 정 고문 쪽은 40~50명 정도다.
하지만 정 전 대표 측은 "과반(130명) 정도"라고 주장했고, 손 고문 측은 "90여명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것은 양측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 캠프 관계자들도 "우리를 지지하는 지역위원장을 자신들의 성향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지성향이 중복되는 이들의 선택이 경선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 고문은 빅3 가운데 가장 적은 지역위원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지만, 중립지대와 쇄신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박주선·천정배 의원의 지지층(20~30여명)을 확보할 경우 전북과 서울, 경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역위원장 선정 결과에 "차기 대권 주자인 3인이 결국 나눠먹기식으로 지역을 갈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립성향의 한 의원은 "대권에 출마할 이들이 다음 총선에서 자파 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자기사람을 밀주는 식으로 당권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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