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성 치는 신선물가
폭염·폭우 겹쳐 연일 폭등
쪽파 1단 1주일새 3배 올라
산지 공급달려 급등새 지속
"수박, 사과, 배 등 과일값이 너무 올라 올 추석 차례상엔 과일을 올릴 엄두조차 못내고 있어요."
지난 달 31일 서울 동대문 홈플러스 매장에서 만난 주부 오금혜 씨(47). 오씨는 최근 들어 물가가 너무 뛰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며 평소 1주일에 2~3차례 찾던 이 매장을 요즘엔 1주일에 1번쯤 온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25년째 야채 도ㆍ소매상을 하는 김 모 할머니. 김 할머니는 이날 쪽파 1단을 7800원에 팔았다. 쪽파 값이 이렇게 뛴 것은 처음이란 게 김 할머니의 전언이다. 1주일전만해도 쪽파는 2000∼3000원에 팔렸다.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봄 저온현상과 여름철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과일, 채소, 수산물 등 대부분의 가격이 연일 폭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농수산물의 가격 폭등세가 추석 연휴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수박ㆍ배ㆍ사과' 과실류 급등세 주도 = 같은 날 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 경동시장. 이곳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김 모(45) 씨는 "올해는 수박과 배가 특히 많이 올랐다"면서 "꽃이 필 때 우박이 내리고 수확할 땐 비가 내려 작황이 나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파는 수박은 kg당 3000원.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kg당 20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50%가량 오른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김희정 씨는 "지난 해에는 수박은 큰 것 하나에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작은 게 2만9000원, 3만원까지 한다"며 과일 값이 너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청과상을 운영 중인 김용순(63) 씨는 "지난 해에 비해 배 값이 20~30%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20개들이 배 한 상자에 4만7000원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었다. 복숭아, 포도 등 다른 과일값도 지난해보다 최고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채소ㆍ수산물 가격도 3배 '껑충' =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을 찾은 한 식당 주인은 "2000원하던 미나리가 5000원 한다"면서 "여기(시장상인)는 가격이라도 매일 달리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채소 값 오르면 앉아서 밑진다"고 하소연했다. 애호박의 경우엔 가락시장 전체를 돌아다녀도 찾기 힘들 정도. 때문에 가격이 전주보다 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백화점도 채소 값이 폭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롯데백화점 식품관 채소류 코너 직원은 "채소 가운데서도 시금치, 아욱, 근대 가격이 며칠 사이 1000원 이상 뛰었다"며 "파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팔리는 시금치 한 단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4900원으로, 일주일새 1400원이나 올랐다.
수산물 역시 올초 이상저온 현상에 따른 어획량 급감으로 가격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방배동에서 노량진수산시장까지 생선을 사러 온 주부 권명숙(55) 씨는 "문어 값만 해도 지난 설 때보다 30% 이상 오른 것 같다"며 "추석 때는 설보다 돈이 더 들겠다"고 말했다.
◆ 쇠고기 등 육류는 안정세 = 육류는 다른 농산물에 비해 가격 변동이 덜했다. 가락동농산물시장 옆 축산물직판장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채소는 원래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변하지만 고기는 항상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판매되는 한우 1등급 구이용 등심은 1근에 3만5000원으로 몇 주 사이에 뚜렷한 가격 변동이 없었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국산이 1근(600g)에 6000원, 수입산은 5000원 정도에 팔렸고, 닭고기도 최근에 큰 변화가 없었다.
특별취재팀 = 권해영ㆍ김승미ㆍ김영식ㆍ박혜정ㆍ이상미ㆍ정선은ㆍ지선호ㆍ천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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