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비중 큰 1500cc∼3000㏄급 자동차 관세 철폐 기대감 커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한국과 페루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최종 타결됨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의 페루 진출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는 9%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가 사라짐에 따라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3000cc급 이상 시장에서는 한국차의 수출량이 많지 않은 만큼 FTA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31일 '한ㆍ페루 FTA 타결의 의의 및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FTA 체결로 페루 수입 품목 중 9%의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던 자동차가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FTA 체결로 대(對) 페루 수출 자동차 관세는 3000cc급 이상 차종은 당장, 1500cc∼3000㏄급 중형차는 5년내, 기타 승용차는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자동차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對) 페루 수출액 중 34%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인데다 페루 시장 내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페루 수입 자동차 시장의 64.3%를 차지하던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은 올해 1~6월 현재 46%까지 축소된 반면 우리 자동차는 7.4%에서 23.6%로 늘어났다.
업계는 페루 수출량의 80% 정도를 현대·기아차가 도맡고 있는 만큼 한-페루 FAT 체결로 현대·기아차가 약진할 것으로 관측했다. 현대차 그룹은 현재 페루에 투싼과 싼타페, 아반떼, 기아 K7 등을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페루간 FTA 체결로 인해 국산 자동차가 FTA 비체결국인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FTA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페루 수출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차종은 배기량 1500cc~3000cc급으로 수출량이 5억4939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2.6% 증가한 것이다. 배기량 1000cc~1500cc급 차량도 수출량이 3818만 달러에 달해 전년동기 367배가 늘어났다.
반면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3000cc 이상의 고급 세단은 같은 기간 수출량이 184만 달러(2억1932만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에쿠스 최고급 사양이 1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급 승용차의 페루 수출량은 1월부터 7월까지 겨우 두 대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고급 차량 수출이 당장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는 수출량이 많은 1500cc∼3000㏄급 중형차의 관세가 사라지는 시점부터 FTA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9%에 달하는 관세가 사라지면서 가격이 인하되는 만큼 3000cc급 이상 고급차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번 FTA 체결과는 별도로 브라질 공장이 설립되면 남미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남미 국가들은 메르코수르 협정으로 국가간 거래가 무관세로 이뤄진다"면서 "브라질 공장은 남미 공략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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