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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지난 4일 인천공항. 정확히 보름 만이었다. 한국청소년야구대표팀이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을 마치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선수들의 얼굴은 지쳐 있었다. 팀의 간판 유창식(광주제일고)은 침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장시간의 비행 탓만은 아니었다. 무거운 책임감이 지친 어깨를 짓눌렀다.
당초 대표팀은 미국, 쿠바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3연속 우승을 노렸던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최종순위 7위에 그쳤다. 유창식은 누구보다 가슴이 쓰렸다.
그는 팀 내 에이스였다. 누구 하나 지탄하는 이는 없었지만 책임을 통감했다.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입국장으로 마중을 나온 어머니의 품에 안겨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였다.
“보름 전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가 자꾸 떠올랐다.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유창식의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을 향한 포부는 남달랐다. 처음 받아든 국가대표 정식 유니폼이었다. 뿌듯한 성적으로 아마추어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다.
목표는 손쉽게 이뤄질 듯했다. 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에서 두산 베어스 2군을 제외한 모든 팀에 승리를 거뒀다. 유창식은 매 경기 ‘호투 쇼’를 펼쳤다. 패배한 두산 베어스 2군과 대결에서도 5이닝동안 1실점만을 허용했다. 두산 최고의 유망주 이두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놀라운 투구에 팀 동료들은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합숙기간 시종일관 유창식에게 다가가 “잘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어댔다. 유창식은 “최현진(충암고)과 이현호(제물포고)는 아예 대놓고 영업 비밀을 캐물었다”며 “모두 ‘먼저 결정구를 공개하면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고 도망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건국대학교 야구장에서 치룬 합숙 훈련은 고됐다. 최재호 대표팀 감독의 불호령에 선수들은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일정은 꽤 빡빡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러닝으로 몸을 푼 뒤 오전 9시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나섰다. 쉬는 시간은 식사시간뿐이었다. 선수들은 밤 9시가 돼서야 겨우 야구공을 멀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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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훈련 덕일까. 볼 스피드는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속 145km 이상이 밥 먹듯이 나왔다. 쾌조의 컨디션은 캐다나 땅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괴물 같은 투구로 연일 ‘삼진 쇼’를 펼쳤다. 투구 때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연신 스피드건을 들어 올렸다.
유창식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3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스카우트들은 A.J 바네가스(미국), 오마 루이스(쿠바), 루궈후아(대만)와 함께 그를 가장 뜨거운 선수로 손꼽았다.
‘폭풍 삼진’의 비결은 137km의 날카로운 슬라이더였다. 유창식은 “상대한 선수들의 기량이 한국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질 때마다 알아서 방망이를 휘둘러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빠른 직구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내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그는 “초구로 거의 직구를 던졌는데 대부분 파울로 연결돼 승부를 내 쪽으로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회 뒤 유창식은 구원투수상을 받았다. 승승장구. 하지만 그는 말한다. “캐나다 땅은 기쁨보다 아쉬움으로 더 기억될 것 같다”고.
안타까움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유창식은 지난달 26일 캐나다와의 예선경기 1회 무사서 구원 등판했다. 손쉽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6번 타자 필립 디드릭에게 좌중월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그는 “당초 던지려고 했던 슬라이더를 포기하고 직구를 던진 것이 대회 내내 아쉬웠다”며 “캐나다를 이기고 조 1위로 올랐다면 최종 순위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두 번째 아쉬움으로 유창식은 심판들의 판정을 꼽았다. 그는 “홈 텃세가 너무 심했다”며 “심판들의 장난이 도를 지나쳤다”고 밝혔다. 대표팀에 유독 스트라이크 존이 좁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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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유창식은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을 노리는 제구 대신 슬라이더와 같이 각이 큰 변화구로 상대의 방망이를 유혹했다. 그는 “‘만약’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공정한 심판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세 번째는 투구 수 조절이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유창식은 시속 145km 이상의 빠른 직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은 149km. 하지만 지난 1일 열린 미국과 경기에서 최고는 137km로 뚝 떨어졌다.
이는 잦은 등판으로 인한 체력 소진 탓이 크다. 유창식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총 21이닝을 책임졌다. 팀 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캐나다전에서는 구원투수로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9이닝동안 무려 142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를 펼쳤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몫을 해냈을 뿐”이라면서도 계속된 질문공세에 끝내 “솔직히 대회 후반 체력 비축에 문제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유창식은 마지막 아쉬움으로 야구장 밖 생활을 집었다. 눈에 담은 캐나다 땅은 야구장, 숙소, 공항 인근이 거의 전부였다. 하루의 휴식을 얻었지만, 등산으로 체력을 소진하기 바빴다. 20살이 채 되지 않은 청년을 설레게 한 건 쇼핑이 허락된 3시간뿐이었다.
“어머니께 드릴 지갑과 가방을 샀다. 내가 입을 옷과 신발도 사고.”
다시 밟은 인천공항에서 유창식은 마중 나온 어머니에게 선물꾸러미를 건넸다. 성인을 앞둔 아들의 정성에 어머니 최숙자 씨는 감격했다. 이내 “무엇이 먹고 싶냐”며 아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캐나다에서 음식 적응에 실패해 라면만 50봉지를 섭취한 그는 단번에 음식 이름을 떠올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곳은 삼겹살 가게. 유창식은 5인분을 먹어치우며 어머니와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노릇노릇 익는 고기 속에 캐나다에서의 아쉬움은 까맣게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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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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