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6월 기술교육생 모집 결과 전문대 이상 고졸 첫 추월
08년 7월 학력 제한 폐지 후 일자리 수요 있는 기능공에 몰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고학력 청년 실업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가운데 조선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능직 사원 교육에서 ‘대졸’ 학력자들이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취업난 때문에 그동안 사무직 '화이트 컬러'를 선호했던 대졸 학력자들이 3D업종이자 '블루 컬러'지만 아직은 수요가 있고, 보수도 일반 직장에 못지않은 기능직에 눈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은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제183기 기술교육생 175명의 학력을 조사한 결과 4년제 대학생이 22.2%, 전문대생이 37.9% 등 총 60.1%로 전문대 이상 대졸 지원자가 고졸(38.5%)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72년 9월 11일 1기 교육생이 입교한지 38년 만에, 2008년 7월 교육생 모집 기준에서 학력ㆍ연령 제한을 없앤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대졸 지원자 수가 고졸자를 추월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년 전 고학력 실업자 문제가 불거진 후 이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교육학교의 문호를 넓혔다"면서 "학력ㆍ연령 제한을 없앤 이후 매 기수 교육생 선발 때마다 대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정은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기술교육원을 운영중인 업체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교육지원사업은 조선업체들이 자사는 물론 중소기업에 필요한 생산인력을 대신 양성해 주는 사업을 말한다. 용접ㆍ도장ㆍ전기ㆍ기계 등 각 분야별로 3~5개월간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 후 조선소나 협력회사, 중소기업 등에 취업을 알선해주고 있다.
교육생들은 교육을 받는 동안 수당과 숙식을 제공받으며, 교육과정 수료 후에는 미국 선급협회(ABS) 인증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생산인력 부족난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의 경우 매번 선발 때마다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며, 교육 이수생 전원에게는 협력업체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매 기수마다 평균 75%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능공은 주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기술을 배우려는 고졸 직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진입문턱이 낮은 반면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선소 현장에서 근무를 해야 하고 업무 강도도 사무직에 비해 높기 때문에 대졸자들은 기피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와도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는 어려운데다가 막상 입사를 해도 정년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라 뒤늦게나마 기능공으로 진로를 전향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업고등학교의 수가 급감하면서 고줄 기능인력 기반이 줄어든 것 또한 대졸자의 지원이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됐다"면서 "향후에도 기술을 배우려는 대졸자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13일부터 23일까지 184기 기술교육생 약 300명을 모집한다. 최종 합격자는 다음달 9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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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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