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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탐방기]'전세 10억' 그들만의 아파트, 뭐가 다를까

다양한 편의시설에 입주민 만족도 높아..부동산 침체에 거래는 한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여기가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른다던 '반포 래미안' 단지 맞나요?" 무릎팍도사를 찾은 손님처럼 쭈뼛 한 부동산을 찾아가 물어봤다. 표지판에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라고 버젓이 써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받고 싶었다.

"그럼요. 이 아파트가 전국에서 전셋값이 제일 비싸요. 그러니 당연히 부자들만 살겠죠" 대답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아저씨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도대체 여기는 누가 사나요?"라고 묻자 "뭐, 강남이나 여의도, 목동 등지에서 돈있는 사람들이 몰려오죠. 국회의원이나 연예인들도 몇명 산다는 얘기가 들리고요"라는 대답이 들린다. "왜요? 사려고요?"라는 질문이 나오자마자 황급히 문을 닫고 나왔다.


◆반포래미안, 1년만에 8% 올라..생태계조성 등 차별화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를 사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반포퍼스티지 268.8㎡ 가격은 32억원이다.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불황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 당시보다 2억5000만원(8.47%) 올랐다. 이보다 작은 평형대인 147㎡은 19억3000만원, 87㎡도 9억5000만원이다.


전세도 만만찮다. 173㎡가 9억~10억원, 205㎡ 9억5000만~12억5000만원, 269㎡는 13억~15억원 대다. 이런 걸 두고 언감생심이라고 하는걸까.



구경이나 실컷 해볼 마음에 단지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단지 중앙에는 1000평이 넘는 대규모 인공호수가 조성돼있다. 인공호수지만 주변의 꽃, 나무, 풀 등의 조성이 왠만한 식물원 뺨친다. 삭막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 숨통을 틔워주는 느낌이다. 인근 유치원에서 단체로 견학 온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계조경가협회(IFLA)의 우수 조경 작품 본상 수상의 전례가 있는 만큼 단지 내 곳곳에 생태계류원, 만물석산 등의 볼거리가 있다. 서둘러 입주민 커뮤니티 센터를 찾았다.


아뿔싸. 지하에 위치한 커뮤니티 시설은 입주민 전용카드가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안 살아보니 알 수가 있나. '돌아갈까' 하는 찰나 한 꼬마아이가 당당하게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틈을 이용해 살짝 들어가봤다.



수영장, 사우나,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클럽, 키즈방, 북카페 등이 갖춰져 있다. 물론 입주자만 이용가능하다. 그나마 제일 만만해보이는 북카페에 들어가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더니, 이것도 입주민 카드로 계산이 되는 거란다. 입주민 카드로 달아놓으면 나중에 관리비에 포함돼 계산되는 식이다. 이 만능 입주민 카드 하나가 전국에서 제일 비싼 카드인 셈이다.


◆반포 자이, 다양한 입주민 편의시설 갖춰..'학군' 탓 래미안보다 가격 낮아



이어서 반포 래미안과 쌍벽을 이룬다는 '반포 자이'를 찾았다. 래미안과 자이는 고속터미널을 중간에 두고 서로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래미안에서 나와 남부터미널 지하상가의 한 쪽 끝에서 반대 쪽 끝까지 족히 15~20분 정도 걸어가면 자이가 나온다.


그러나 이 15분 거리차이가 학군을 가른다. 학군은 다시 매매가 차이로 이어진다. 반포 래미안은 강남 유일의 사립초등학교인 계성초등학교와 자율형 사립고 세화고가 근처에 있어 치맛바람이 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비슷한 평형대를 단순비교했을 때 반포 래미안 113㎡가 14억5000만원, 반포 자이 115㎡가 12억7000만원으로 래미안이 더 비싸다.


단지 규모는 자이가 더 크다. 길 잃을 뻔 했다. 래미안과 달리 단지 내 차량진입이 금지된 것이 특징이다. 입주민센터 구성도 비슷하다.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독서실,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이 있다. 주요 시설은 입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으나 웬만한 시설은 외부인들에게도 개방돼 있는 것이 래미안과 달랐다.


'실버존'에 들어가봤더니, 할아버지들은 바둑을, 할머니들은 감자를 쪄드시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한 할머니는 "작년에 일산에서 이사왔다. 여기 시설이 잘돼있어서 하루종일 이 곳으로 출퇴근을 한다. 마트도 단지 안에 있고, 새 아파트라 며느리가 아주 좋아한다"고 아파트 자랑을 펼쳐놓았다.


◆부동산 시장 '한파'에 거래는 '정체'


그러나 '잘 나가는' 이 두 단지도 부동산 시장 한파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입주당시에 비해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실제 거래는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 자이 입구에 있는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들을 둘러보면 손님이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전화를 받는 모습도 드물었다.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가 학군이 좋아서 예전 같으면 방학 때 전세나 월세 알아보려는 전화가 많이 왔는데, 요즘은 아예 그런 문의가 안들어온다. 입주자들도 그대로 있고, 더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고 딱 '정체' 상태다"고 하소연했다.


D공인중개 대표 역시 "이 일대에서 유일한 새 아파트로 마감재도 최고급으로 써서 입주 당시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며 "하지만 3월 이후로 거래가 한 건도 안 이뤄지고 있다. 거래의지가 완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중개소 창문에는 '급월세, 70평, 보증금 2억, 월세 400만원'이라는 종이가 붙여져 있다. 설명을 들어보니 집주인이 물건이 안나가 급하게 월세를 놓았지만 이마저도 거래가 안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거래 한파도 한파지만 월세 400만원이라는 가격이 새삼 더 놀라웠다.


조민서 기자 summe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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