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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日 간 정부, 재정건전화 표류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이 11일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재정건전성 강화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2년째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넥스트 그리스'로 꼽힐 만큼 국가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로 간 총리의 사퇴 압력이 고조되는 등 정치적 불안이 가시화되는 한편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재정건전화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재정건전화 방안 백지수표로? = 이번 민주당의 대패 요인은 민주당에서도 인정하듯 간 나오토 총리의 소비세 인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달 취임 후 지지율 급등에 고무돼 세제 개혁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 짓겠다며 소비세 인상 카드를 과감하게 꺼내들었다.


올해 일본 국가부채가 사상처음으로 1000조엔을 돌파하는 등 심각해지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세를 현 5%에서 10%로 올려야 한다는 것. 그러나 자민당을 비롯한 여당들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민심도 점차 등을 돌렸다. 이에 놀란 간 나오토 총리는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 7일 소비세 문제를 재고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어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간 총리는 전일 민주당의 대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재정 건전화, 경제 재건, 사회복지 확충 등 기존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처럼 간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당내 반론은 차지하고서라도 새로운 연립내각을 구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다함께당이나 공명당 역시 소비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세 인상은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비세 인상 외의 다른 재정건전화 정책 역시 백지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달 재정건전화 방안의 일환으로 내년 회계연도 국채발행을 현 수준인 44조엔(4840억달러)까지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공약 역시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야마시타 에츠코 투자전략가는 “이제 간 나오토 정부의 약속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결국 44조엔을 웃도는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함께 연립내각을 구성했던 국민신당이 주장한 우편저축 제한 두배 확대 역시 재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신당은 우편 저축 제한을 고객당 2000만엔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신당은 이번 선거에서단 한석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연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되고 있다.


미쓰비시UFJ의 이노우에 히데아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재정 건전화 정책의 차질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현재 일본 정부의 재정 감축 노력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간 나오토 총리, 조기 교체? = 이번 선거 결과에 가장 기뻐한 측은 어쩌면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 내 오자와 이치로 진영일지도 모른다. 오자와 진영은 민주당 참패가 결정된 직후 간 나오토 총리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간 나오토 총리가 사퇴에 대한 부정의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두 진영간 주도권 전쟁은 오는 9월 말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승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오자와 전(前) 간사장은 이번 선거 전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8월 중의원 선거 때 소비세를 4년간 올리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간 나오토 총리가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간 나오토 총리는 무투표로 당대표에 재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선거가 참패로 끝났고 지난 간 나오토 정부 인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오자와 진영이 이를 갈고 있었기 때문에 간 나오토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셈이다. 만약 간 나오토 총리가 패배하게 되면 간 총리는 아베, 후쿠다, 아소, 하토야마에 이어 5번째로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한 불명예 총리로 남게된다.


▲ 국채-엔화 동반 약세 전망 = 민주당의 패배로 인해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정적자와 부채 감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간 정권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야수다 자산운용의 고이즈미 오사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가 간 총리의 뜻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국채 수익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1.1%선인 현재 수익률은 재정 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시장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파장으로 엔화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장 초반 엔화 환율은 88.81엔으로 0.4% 상승,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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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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