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6.25 노래의 첫 구절입니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해마다 6월이면 목놓아 부르던 노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용이 참 섬뜩합니다.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흘려온 갚진 피의 원한을 풀으리'.
3년간 무려 250만명의 사상자가 난 전쟁을 겪은 후 나온 노래니 다분히 전투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6.25 전쟁 발발 60주년입니다. 대학생 7% 이상이 6.25가 무슨 날인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6.25의 기억은 우리 사회에서 희미해졌습니다.
전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줍니다. 평화시 만들어졌던 것들이 대부분 파괴됩니다. 6.25 당시 민간가옥 61만2000호, 학교 1만5427동, 의료기관 1500동, 금융기관 1100동이 파괴됐습니다. 철로 329km, 교량 312km도 함께 소실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파괴 속에서 새로운 희망도 싹틉니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은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습니다. 피난지인 부산에서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과 끼니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기업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은 건설이었습니다. 정 회장은 미군 숙소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해 전쟁으로 파괴된 각종 인프라를 재건설하는 사업을 따내면서 국내 최고 건설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건설업계에 대한 3차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됩니다. 시공능력 300위권에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건설회사 160여곳 중 9곳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7곳은 퇴출 대상이라고 합니다. 평가대상 기업의 10%가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분류된 것입니다.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에게는 날벼락이 될 수 있지만 부실 건설사의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우려보다 기대감이 훨씬 큽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연초부터 큰 폭의 조정을 면치 못했던 건설주들은 최근 한달동안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상승 랠리를 보였습니다.
최근 한달간 건설주 중 가장 시세를 많이 낸 대림산업(21일 종가기준 +25.2%) 현대건설(+23.7%)도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19.0%, 18.4%씩 하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두산건설(연초대비 -39.7%) 금호산업(-49.8%) 한라건설(-50.6%) 등의 하락률은 더욱 심합니다. 시공능력 6위권까지 업체들의 연초대비 하락률이 10~20%대인 반면 7위 이후 업체들의 하락률은 상당수가 30%를 넘습니다.
선두권을 제외한 업체들은 최근 한달간 성적도 대부분 부진합니다. 벽산건설(-33.6%) 한일건설(-20.9%) 등은 구조조정 발표를 앞두고 오히려 급락했습니다. 구조조정 기대감이 퇴출 우려가 전혀없는 대형주 매수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까요.
1, 2차 구조조정때를 살펴보면 대형사보다 중견 및 중소형사의 상승탄력이 좋았습니다. 생존기업은 구조조정 수혜주로 부각되는데 신용평가 심사기간 중 중소형사의 주가가 대형사에 비해 크게 조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역시 구조조정안 발표 전까지 이런 흐름을 보였습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09년 3월, 2차 구조조정 발표 직후 중견건설사 주가는 약 28.9% 상승, 시장대비 23.5%포인트나 수익률이 좋았습니다. 대형건설사 대비해서는 12.5%포인트 초과수익률(Outperform)을 냈습니다.
신영증권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높은 중견건설사 및 중소건설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업종 최선호주로는 삼성물산(목표가 8만원)과 현대건설(목표가 7만8000원)을 꼽았습니다.
단기적으로 낙폭이 컸던 중소형주에 관심이 갈 수는 있겠지만 하반기 건설시장이 대형사 위주로 전개될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건설업계의 신성장동력이 해외부분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연간 5% 내외씩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해외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두 기업의 해외수주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이번 3차 구조조정 발표로 인한 주가 반등 폭이 2차때보다 적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중견건설사에 '매수세'가 몰리는 상황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1, 2차 구조조정 때와 비교해 주요 건설사의 주가 레벨이 부도 리스크가 제거된 높은 수준인데다 2차 구조조정 이후의 건설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도위험의 축소'에서 '상위업체들의 반사이익'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무료로 종목 상담 받아보세요
전필수 기자 philsu@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