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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건설업체들의 '늪'으로 전락하나

건설경기 침체 본격화로 송도·청라·영종 및 재개발 등 활기 잃어...토종 대표 건설업체 부도에 송도국제도시 시행사 경영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때 전국에서 건설경기가 가장 활성화됐던 인천 지역이 활기를 잃으면서 오히려 건설업계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는 많이 발주되고 있긴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경영에 부담을 주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경영난에 빠져 빌딩 공사 대금도 지급하지 못한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 시행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에 실패해 경영난을 겪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송도 광풍'으로 2조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최근엔 1100억원대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 공사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시공사에게 건물 유치권을 행사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NSIC는 이 빌딩을 지을 때만 해도 높이 312m의 국내 최고층 빌딩을 지어 63빌딩을 능가하겠다며 기세등등 했지만, 사업성 부족 등으로 후속PF에 실패하면서 현재는 외관만 완성되고 내부 마감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덩달아 시공사인 대우건설도 2008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1100억여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초 법원에 밀린 공사비를 달라며 중재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공영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모노레일인 월미은하레일 공사를 수주했다가 부실시공 논란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 경영상의 손실을 동시에 본 케이스다.


760여 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한신공영은 "국내 최초인 만큼 순수 국내 기술을 개발해 시공해보자"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당초 설계와 달리 주요 부품ㆍ시스템 등을 국내에서 개발해 사용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대중교통 수단인 모노레일의 특성상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검증 과정없이 공사를 진행했다가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당초 공기(13개월)보다 1년 가까이 공사를 늦게 끝내 발주처로부터 하루 8000만원씩 총 258억원의 지체보상금을 청구당하는 신세가 됐다.


최근 부도가 난 인천 지역 '토종건설업체'의 대표 주자격인 '진성토건'은 지역 공사 발주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문 분야인 도로ㆍ교량 등 대규모 토목 공사를 수주해 급성장했다가 결국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하도급 체제의 문제점으로 인해 희생됐다.


진성토건의 부도는 결국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수주해봤자 원청업체가 지나치게 후려친 공사 금액 때문에 남는 게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진성토건의 부도로 인해 인천지하철 2호선, 서울지하철7호선 연장구간 등 각 공사장에서 하도급 업체들의 직원들이 농성에 들어가는 등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송도 광풍'을 믿고 영종ㆍ청라 지구에 투자한 건설업체들도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태에 빠져 있다. 아파트를 지으려니 분양 시장의 침체 때문에 못하고, 그렇다고 땅을 되팔려니 사갈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아파트 분양은 대부분 마무리돼 건설업체들의 피해는 크지 않다. 다만 남아 있는 151층 랜드마크씨티 등에 지분 참여를 한 일부 건설업체들이 초기 투자 비용을 고스란히 손해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라지구는 이미 분양돼 올해 또는 내년 입주 예정인 아파트단지들의 입주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체들의 '수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종 지구의 경우 한결 심각하다.


지난해 분양 물량이 아직도 미분양으로 남은 데다 최근 정부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축소 방침에 따른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무산 위기,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주거용지 축소 및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를 공약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의 등장, 밀라노디자인씨ㆍ로봇랜드ㆍ영종브로드웨이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PF 무산에 따른 사업 존폐의 위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업체들에겐 한번 발을 디뎠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과 같은 곳이 됐다.


구도심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7~2009년 불었던 재개발 광풍으로 인천 지역엔 200여개의 재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구 및 건물이 가득 찬 지역이 대부분으로 현재의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선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건설업체들이 속속 손을 털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건설 등이 진행 중인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재개발 사업인 숭의운동장 도시개발 사업마저도 올해 초 사업성 부족 때문에 한때 사업이 중단됐다가 인천시가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주상복합 내 주거시설 비율을 늘려주는 특별 조치를 해준 덕에 그나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구도심 재개발의 경우 인천시가 재정 행정적 지원을 특별히 해주지 않는 지역들은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한때 참여를 검토했다가 대부분 손을 들고 있어 사업 자체가 중단된 형편이다.


특히 최근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당선자가 "환경 파괴를 유발하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 위주의 개발은 더 이상 없다"며 인천시가 추진 중이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잇따라 취소하면서 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이 추진 중이던 계양산 골프장, GS건설의 강화만조력발전소, CJ의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포스코건설의 검단~장수IC간 고속화도로 등이 해당 사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 지역의 건설 공사는 운하, 공항, 경제자유구역 등의 공공 부문 발주 공사는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 분야 공사는 올해 들어 예전에 비해 대폭 축소돼 미미한 형편"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건설 경기 활성화로 귀결된다. 인천이 가장 늦게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권에 들어왔는데, 건설업체 입장에선 그나마 숨통을 틔우게 해주던 곳이라 더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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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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