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장밋빛 전망..리스크 부각되면 박스권 하향이탈도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1년째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400대에서 1500대 중반으로 한단계 레벨업한 코스피 지수는 이후 1년 가까이 1550~1750선의 큰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역시 이 박스권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또 벗어난다면 어느 쪽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일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만한 변수는 적지 않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시작된 유럽 리스크부터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 외국인 투자동향 등 국내증시 수급현황, 실적 모멘텀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부터 불거진 유럽 리스크가 아직도 글로벌 증시를 뒤덮고 있는데다 세계은행(WB)이 2010년 경제전망에서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주가는 경기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증시가 박스권을 하향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증권가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변수는 수급과 실적 모멘텀이다. 지난 5월 국내증시에서 무려 6조3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지독한 매도공세를 서서히 멈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난 5월 매도세를 보인 외국인 중 70% 이상이 유럽계 자금이었던 가운데, 지난 15일 유럽계 펀드 자금이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국내 대형주를 집중 매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계 자금 복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수급주체가 외국인임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매수세로 복귀할 경우 국내증시의 상승탄력이 더욱 강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적 모멘텀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오는 7월에 집중돼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것 역시 2분기 어닝시즌 모멘텀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IT나 자동차 등 국내증시를 이끄는 주도주들은 환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이같은 긍정적인 변수들을 반영해 증권가는 잇따라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며 2011년 이후 최고 2400선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교보증권 역시 올해 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로 1950선을 제시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S&P500 지수가 1년내 23% 랠리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앞서 언급했던 유럽리스크 등 부정적인 변수나 2분기 이후의 실적개선 둔화, 경기모멘텀 둔화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국내증시의 상승탄력이 유지되기가 어렵다는 것. 이로 인해 1년간의 박스권 장세를 마치고 하락세로 방향을 틀 경우 박스권 돌입 직전 주가수준인 1300~1400선대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가늠케 할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1700선 안착 여부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트리플톱(삼중천장) 장세를 이어온 후 재차 상승세로 전환, 1700선 부근까지 올라선 상태다. 하지만 심리적 지수대인 1700선에서의 저항력이 만만치 않아 16일 한달만에 1700선을 회복한 후 이내 상승세가 꺾였다.
1700선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이동평균선이 수평 흐름을 보이고 있어 상승세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동평균선은 중장기적인 추세를 의미하지만 이것이 수평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상승추세 진입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 위에 안착한다면, 즉 상승흐름을 지속한다면 현재 수평을 유지하는 이동평균선도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면서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박스권 하향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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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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