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검사로 임상의사 돕는 '의사들의 의사'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보험수가 인하로 불거진 병리과 전공의 파업사태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 혼란이 벌어질 태세다. 환자로서는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병리과'. 병리과 의사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병리과는 환자에게서 얻은 조직이나 세포가 실제 병과 관련된 조직인지 판단하는 일을 담당한다. 내과에서 위내시경을 받다 뭔가 이상한 것이 발견되면 그 조직이 진짜로 암조직인지 단순 염증 조직인지 판단을 하기 위해 조직을 떼어내 검사를 하는데 이를 검사하는 사람들이 병리과 의사다.
이외에도 수술을 할 때 어디부터 얼마나 잘라 내야 하는지, 발견된 암조직이 화학요법이 더 필요한 조직인지 단순히 절제만 하면 되는 조직인지 등을 판단할 때에도 병리과 의사의 소견은 절대적이다.
고영혜 성균관대 교수(삼성서울병원 병리과)는 "병리과 의사는 임상의사들의 뒤에서 그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며 "환자들을 직접 대할 일이 없다 보니 존재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의사들의 의사인 병리과 의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가뜩이나 낮은 수가로 병원에 이익도 못 가져다주는 조직으로 인식되던 차에 이 낮은 수가마저도 낮추겠다고 한 것. 병리과 자체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병원에서 투자를 많이 하지도 않는다.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될 때 보험수가를 정하는 사람들이 병리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처음부터 낮은 수가로 시작하게 됐다.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해마다 수가를 인상한다고 해도 항상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환자도 같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 등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자연히 병리과 의사들의 할 일도 늘어나게 된다.
병리과 전공의들이 9일부터 파업을 하면서 당장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모든 일을 교수들이 도맡아 하다 보니 하루 이틀 정도면 걸리던 판독이 사흘 나흘 걸리게 되고 병리과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수술실에서도 수술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환자의 조직을 병리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수술실에 요청한 병원도 있다.
한 대학병원 병리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파업을 한다고 해도 교수들이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병원이 멈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진단이 조금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병원은 한 부서가 일을 멈추면 다른 부서나 진료과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병리과 전공의들의 파업에 대해 다른 전공 의사들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다. 그만큼 병리과 의사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영혜 교수는 "병리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모든 교수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파업행위 자체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다 알고 있고 이해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병리학회는 병리과 사태에 대한 관계당국의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14일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수가인하에 대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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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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