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영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소위 재정불량국가들 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구조적인 것으로 이를 줄이는 것이 한층 더 힘들다는 지적이다.
25일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재정적자가 금융위기 동안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생겨난 결과물이 아니라 십수년 간 유지된 지출 위주 경제의 구조적 산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인구 노령화와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상승세가 구조적 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2008년 경기침체를 겪기 전까지 유럽 내에서 가장 지출에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공공부문 관료의 급여는 상대적으로 높았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과 교육 및 연금 제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학교 건물,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는데 돈을 아낌없이 썼다.
그 결과 2009 회계연도 영국의 재정적자는 1561억파운드, 국내총생산(GDP)의 11.1%에 달한다. 또 씨티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영국의 구조적 적자는 GDP의 9.2%로 일본과 그리스를 이어 세계 3위다. 구조적 적자는 경기회복이 이뤄지고 난 뒤에도 줄어들지 않는 적자를 의미한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신임 총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특히 의료 관련 비용 지출을 삭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지출 감축 및 세수 확보가 필요한 국가들은 오히려 지출 수요 증가라는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의 노령화가 주요 원인이다.
독립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에드워드 휴는 "모든 선진국의 재정적자는 연기금과 의료 시스템, 인구의 노령화라는 구조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 비용은 매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긴축에 적극적인 카메론 영국 총리도 의료와 관련된 예산은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0년 이래 영국 국민건강보험 예산을 두 배로 확대한 전 민주당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긴축을 기대했던 일부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폴리시 익스체인지의 앤드류 릴리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희생자가 필요하다"며 "신속한 긴축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위공무원의 가파른 임금 상승세도 적자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정부는 공공서비스 부문 고용을 동결하고 공무원 특전을 대폭 줄인다는 내용의 긴축안을 발표했지만 고위 공무원의 임금을 줄일 수 있을지는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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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납세자동맹(TPA) 집계에 따르면 805명의 고임금 공무원 작년 평균 임금은 20만9224파운드, 임금상승률은 5.4%였다. TPA의 존 오코넬 애널리스트는 "5년 동안 임금 집계를 해왔는데 영국 공무원 임금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공공부문 근로자 임금의 가파른 상승세는 구조적 재정적자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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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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