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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칸 황금종려상보다 감동종려상 받고 싶다"(인터뷰)


[칸(프랑스)=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영화제 경쟁이라는 것 자체가 축제의 의미인 거지 평가를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원래 경쟁하는 것도 싫어하고 시험 보는 것도 싫어했어요. 영화가 올림픽처럼 승부를 겨루는 것도 아니고 기록을 내는 것도 아니잖아요."


63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해변에서 20일 오후(현지시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이창동 감독은 경쟁부문 초청작 '시'에 대한 연이은 호평에도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제 출품은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제작비를 투자하는 사람이 출품하자면 해야죠. 이 작품은 사실 제가 뭐라고 말할 처지도 안 되요. 제목도 '시'인데 영화도 썩 재미있는 영화처럼 보이지도 않으니 칸영화제마저 없으면 뭘로 홍보할 수 있겠습니까."


이창동 감독의 '시'는 20일(현지시간) 현재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후보 중 한 작품이다. 외신 기자들로부터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황금종려상이 아니라도 여우주연상을 기대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흥행이 어려운 예술영화처럼 보이는 것에는 경계하는 눈치다.

"사실 제 영화가 이전까진 흥행이 안 된 적이 없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힘든 영화를 왜 만드냐고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소통하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수백만의 관객이 드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힘들게라도 관객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을 준다면 내겐 큰 충격이 될 것 같습니다."


'시'는 이창동 감독이 과거 일본에 체류하고 있을 때 시와 명상음악이 함께 나오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떠올린 작품이다.


"시라는 제목을 선택하고 나서 시를 처음 쓰는 할머니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당시 동행하던 시인에게 말했더니 무모하다고 하더군요. 누가 보러가냐는 것이었어요. 그때 오기가 생겼어요. 그 이야기를 부정한 건 아니지만 마음이 간절하면 통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미성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태도다. 이창동 감독은 이러한 사건을 왜 영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스스로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미자(윤정희 분)의 얘기는 당연히 속죄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 범죄 문제는 다 어른의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류의 사건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자체에도 있지만 그걸 어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도 문제가 있는 거죠. 종교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삶 자체가 원하건 원치 않건 종교적인 의미를 띌 때가 있다고 봅니다."


'시'는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 자비에 보부아 감독의 '신과 인간' 등과 함께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작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상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황금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종려는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니스 지역신문 중에 '니스 마탱'이라는 게 있는데 3년 전에 왔을 때 기사 중에 전도연이 소파에 누워있는 포스터 아래로 캡션을 '여주인공도 지루해서 자고 있다'고 적어놨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썼을까 해서 봤는데 제목이 '가슴의 종려상'이었어요. 감동의 종려상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정말 있다면 그런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시'의 국내 흥행성적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는 그의 말은 산업의 논리 속에서 관객과 소통을 하고 싶어하는 창작자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시'가 그의 근심을 덜어내고 영화제 수상과 흥행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일단 황금종려상의 향방은 23일(현지시간) 공개된다.

고경석 기자 kave@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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