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전용계좌 등장..고소득자 '수입 속이기' 갈수록 뻔뻔

현금수입 누락은 고전..변호사,·의사 등 116명 686억원 빼돌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18일 국세청이 적발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세금 빼돌리기 수법은 그 뻔뻔함이 도를 지나쳐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금액이 노출되지 않는 현금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수법은 고전에 속했다. 특히, 국가가 정해놓은 최소한의 룰을 성실히 수행해야할 법률가들의 탈루 기법은 개인소득자들 벤치마킹 사례로 우려될 만큼 모럴헤저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 변호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씨(50)는 단독판사 출신으로 퇴직 직전 몸담았던 법원 인근에서 개업, 전관예우에 따라 고가 사건을 독점하다시피하면서 수입금액과 관련없는 공탁금 등은 사업용 계좌로 받고, 고액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은 사무장 등 직원 명의 '탈세 전용' 계좌를 통해 입금을 받아 10억원을 빼돌렸다.

경기 모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김 모씨(54)는 의뢰인에게서 받은 보수금을 역시 개인 전용 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12억원의 수임료를 탈루했고, 인천 모 법무법인 소속 박 모씨(55)는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 집단등기 가운데 1~2개 단지를 통째로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득금액 7억원을 누락시켰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모 임플란트 전문치과 대표 문 모씨(44) 는 수입금액이 노출되는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발행분만 소득 신고하고 전산차트에서 일부 의료 기록을 누락시켜 현금 수입 15억원을 탈루했고, 이 금액을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사용했다.

있지도 않은 지출 명목을 만들어 소득을 거짓 신고하는 사례도 빈발했다.

서울에서 대형한식점을 운영하는 장 모씨(47)는 전산시스템에 의한 매장 관리로 매출 조작이 용이해지지 않자 운반비, 포장비 등 판매관리비를 지출 증빙없이 가공으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소득금액 22억원을 빼돌렸고, 부산 모 관광나이트 대표 정 모씨(50)는 특별소비세 등을 줄이기 위해 고객이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 매출액의 25%를 봉사료로 구분 기재하는 방법으로 37억원의 매출을 신고하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진행된 세무조사에서 적발된 변호사, 치과의사, 일반 개인사업자 등 116명이 누락시킨 소득 금액은 686억원.

이들이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은 2232억원이었지만, 1546억원만 신고소득으로 제출했다.

업종별로는 현금수입 업종의 소득탈루율이 32%로 가장 높았고, 의료업자 소득탈루율이 28.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소득탈루율은 30.7%로 전년 40.9% 보다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자영업자 신고성실도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질적인 세금 불성실신고와 재산 빼돌리기 실태는 여전했던 셈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성공보수금 신고누락 변호사(5명), 현금 진료비 세금 탈루 의료업자(88명), 음식숙박업 등 현금수입업자(56명) 등 고소득 자영업자 149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성실신고 납세자에 대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세정환경을 조성하겠지만, 고의 탈세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가 완료되면 지방청 심리분석 전담팀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수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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