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국내기업들이 해외기업과 국내 해외기업들로부터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한 피해규모가 연간 1조4000억원, 국가 GDP의 0.14%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관련법개정을 통해 침해물품의 해외공급자를 지정해 통관보류 조치하는 등 지재권 보호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22일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가 2004∼2008년 5년간 1건 이상의 산업재산권을 등록한 4만4780개사 중 2107개사를 표본으로 2007∼2008년 지재권피해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업체의 7.7%인 162개사가 2년간 총 2104건, 업체당 평균 13건의 지재권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피해규모는 2008년 139개(6.6%) 기업이 1208건의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으며 2007년 대비 기업수 27.5%, 발생건수 35% 증가한 것이다. 피해기업들이 손해배상액과 화해금액, 실현된 피해금액 등을 추산한 피해규모는 2007년 1939억원에서 2008년 3166억원으로 추정됐다. 피해대상 지재권으로는 상표권, 특허권이 대부분이며 분야별로는 식품·의약, 전기·전자, 섬유·패션, 석유화학 등이 주를 이루었다.
무역위는 "표본조사를 기준으로 4만4780개 기업으로 환산하면 2년간 1940개 기업이 9882건의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이에 따른 2008년 국내 총 피해규모는 총 1조4000억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1024조원의 0.14%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해가 확산되는 데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한 점도 작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용품인 S-보드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국내기업은 2006년 이후 4년간 해당 침해물품 국내 유통업체 50곳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소송비용만 20억원이 들어갔다. 이 제품은 일반 스케이드 보드와 달리 두 개의 플레이트를 연결해 S자 모양으로 만든 보드로 양쪽 플레이트를 따로 움직이면 앞으로 이동하는 특허제품. 관계당국이 특허권을 침해한 중국산 모조품의 수입자에 대해 시정조치 했음에도 해외공급자가 수입자만 바꿔 해당 침해물품을 계속 국내에 유통시켰기 때문이다. 현행법 하에서는 판매자와 수입자자만 지정해 제재할 수 있는 반면 침해물품을 통관보류시킬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태.
무역위는 이에 따라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을 개정해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개정안은 우선 제 2의 S-보드피해를 막기 위해 해외공급자가 국내에 공급하는 지재권 침해물품을 세관에서 반입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공급자에 의해 대량생산된 모조품이 수입자만 바꿔가며 계속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무역위가 지재권 침해물품으로 판정한 물품에 대해 세관이 통관보류 등 국경조치를 취하도록 해 침해물품의 국내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키로 했다. 불공정무역 행위자가 무역위원회의 수입·수출·판매·제조 중지 등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 1일당 해당 물품가액의 1000분의 5(0.5%) 금액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원산지표시위반 불공정무역 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한도를 현행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승재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은 "이번 법개정을 통해 지재권 침해물품의 국내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지재권 침해물품의 수입자, 해외공급자에 의한 침해물품을 수입금지하는 미국 무역위원회(ITC)의 제한적 배제명령에 준하는 지재권 보호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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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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