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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장묘문화 바꾸기' 끝까지 지킨 약속

창업주 DNA서 찾는다
<4>SK그룹 최종건ㆍ종현 회장④ㆍ끝


평소 소신대로 火葬으로 장례
장례문화센터 기증 유언 後代서 실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1980년 유공을 인수한 당시 SK그룹 최종현 회장은 울산에 있는 정유 공장을 방문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전국에 있는 사업장을 일일 생활권으로 돌아보기 위해 헬기를 구입할 정도였다.


전국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이 큰 일이었던 최 회장은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시간은 크게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경영은 가능해졌지만 큰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전국 산하를 덮고 있는 묘지. 전통적인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대부분 매장을 하는 것이 관례였던 우리나라 전국의 산하는 묘지로 넘쳐났다. 그때부터 최 회장은 국토의 효율성 측면에서 묘지에 대해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감히 부모의 육신을 불에 태워? 천하의 몹쓸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이라 대외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못한 채 내부에서만 장례 문화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초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최 회장은 대표적인 풍수지리 학자인 당시 서울대학교 최창조 교수를 만나 토론을 벌였다.


최 교수는 사후 출간된 최 회장 저서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여라' 추천 글 중에 "최 회장의 화장에 대한 확고부동한 태도에서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선산을 가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필부의 무덤과 다를 바 없는 산소만 몇 개 있었다. 최종현 회장과 나는 '화장은 금기가 아니며 사회지도층 인사부터 앞장선다면 우리나라 묘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데 뜻을 같이 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최 회장은 화장만이 묘지로 인한 국토 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을 확실하게 굳히게 됐다. 그 뒤 최 회장은 "장묘 문화 개선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내가 죽거든 시신은 화장하고 최고 수준의 화장 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 장묘 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수시로 이야기 했다고 한다.


1998년 8월 26일 최 회장은 폐암이 다시 악화돼 영면에 들어갔다. 평소의 유지대로 아들 최태원 회장은 화장으로 장례를 치뤘다. 최 회장의 화장 소식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고 다른 재벌가에도 문화가 확산됐다.

그의 '아름다운 유언'은 최근 '아름다운 기부'로 완성됐다. 훌륭한 화장 시설을 만들어 기증하라는 유언에 따라 지난 1월12일 SK는 최신 장례문화센터를 준공하고 세종시에 기증했다. 대를 이은 약속도 값지지만 우리 장례 문화에도 큰 울림이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신념과 결단으로 시작된 자그마한 변화는 작게는 장례 문화를 바꿨으며 크게는 국토의 효율성을 높이고 후손들에게 좀 더 떳떳하게 그들로부터 빌려 온 자연을 그대로 물려 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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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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