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아이돌스타의 무서운 질주'
타이거 우즈(미국)가 지구촌 골프계의 새 역사를 창조하며 '골프황제'에 등극했듯이 일찌감치 신화를 만들며 '차세대 골프황제'를 꿈꾸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의 노승열(19ㆍ타이틀리스트)과 일본의 이시카와 료(19ㆍ요넥스)다. 두 선수 모두 10대의 나이에 이미 세계 무대에서 빅스타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노승열은 1991년 5월산, 키 182cm에 몸무게 76kg이다. 8살에 골프에 입문해 최연소 국가대표(13세 8개월)로 선발됐고, 16세가 되던 2007년 프로로 전향했다. 노승열은 그러나 한국프로골프(KPGA)의 나이 제한에 걸려 국내 활약이 불가능해지자 아시안(APGA)투어로 발길을 돌렸고, 2008년 APGA투어 미디어차이나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곧바로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노승열은 지난 7일에는 유러피언(EPGA)투어 메이뱅크말레이시아오픈을 제패해 EPGA투어 우승의 쾌거를 더했다. 11일에는 또 '최고(最古)의 메이저' 브리티시오픈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권까지 확보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프로골프(KPGA)협회도 정회원 자격과 시드권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노승열은 이에따라 APGA투어와 일본프로골프(JPGA)투어, EPGA투어, KPGA투어까지 무려 4개 투어 에서 '입맛에 맞춰 골라서 출전하는' 특권을 누리게 됐다. 당분간은 물론 EPGA투어에 주력하며 상금랭킹을 끌어올려 궁극적으로는 미국 무대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투어는 굵직굵직한 대회만 나가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오는 7월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는 것은 특히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이시카와가 우즈와 같은 조로 동반플레이를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시카와가 일본 골프계의 지원사격을 받아 인위적으로 크고 있는 반면 노승열은 자력으로 세계무대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이시카와 료는 1991년 9월산으로 노승열보다 4개월 어리다. 키 174cm, 몸무게 68kg으로 체격은 직지만 13세에 전국 주니어대회에서의 우승을 기점으로 2007년 먼싱웨어컵오픈에서 우승해 프로대회 최연소우승(15년245일)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다. 2009년에는 일본 최연소 상금왕에 올랐다.
이시카와는 여기에 수려한 외모와 예의바른 언행으로 여성팬들의 성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오픈에 출전하자 엄청난 일본 여성 갤러리가 원정 응원에 나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정도였다. 세계무대에서의 화려한 이력은 없지만 일본 골프계는 그래서 '이시카와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 선수는 플레이스타일도 비슷하다. 300야드를 가볍게 넘기는 장타를 주무기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서슴지 않는다. 노승열을 오랫동안 지도해온 최명호 프로는 "기량면에서는 일장일단이 있지만 노승열이 게임운영능력 등 일단 버전이 한 수 위다"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무대에서 격차가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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