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금융규제안이 꺼져가는 금융 개혁의 불씨 되살려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현대판 글래스 스티걸법'이라 불리는 강도 높은 은행 규제안을 제안하면서 시들해진 금융개혁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 놓고 있다. 오는 27~29일(현지시간) 예정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금융규제가 핵심 아젠다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가라앉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은 백악관의 규제 의지가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등에 업은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 밖의 강공을 펼치면서 금융개혁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권은 일단 개혁안의 세부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세계 금융규제 기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에 반색 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규제안이 은행의 '대마불사' 문제 등을 규제하고자 하는 다른 정부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국제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인 마리오 드라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크게 반기며 "규제 개혁의 노력에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WSJ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안은) 미국이 또 다시 금융개혁의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다른 나라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립 힐드브랜드 스위스 내셔널 뱅크(SNB) 신임 회장도 "이는 미래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이 제안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드 프랑스 재무장관 역시 프랑스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단히 긍정적인 발걸음"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 규제안에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즉 국제 사회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FSB가 만들고 G20(주요 20개국) 회담에서 승인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각국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한 현 시점에 오바마의 행보는 금융 규제의 현실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안이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미국은 새로운 은행 규제안과 기존 법률을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미국 정부가 국내 금융산업 규제 법안을 마련하면서부터 진통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백악관은 국내 금융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담감을 떠안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의 찰스 달라라 매니징 디렉터는 "규제안이 경제성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외 자금 유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금융규제에 관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느슨한 규제안을 채택한 국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은행세의 경우만 봐도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기 의장도 이 점을 지적하며 "각국이 처한 금융 환경 차이를 인정하되, 국가간 규제 차이를 이용한 이윤추구 행위(regulatory arbitrage)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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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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