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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라 "요즘 엉뚱하지 않은 사람있나요?"(인터뷰)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요즘 엉뚱하지 않은 사람있나요? 멜로영화 속 주인공들도 이제는 모두 특이한 캐릭터로 변한 것 같아요."


그 말이 맞다. '엉뚱함'이 '평범함'보다 흔한 시대가 됐다.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비현실'을 원하기 때문일까. '뚜껑소녀' 황보라도 이제 흔한 '4차원' 중에 한 사람이 됐다. 그렇다면 '엉뚱함'을 뺀 그에게 남은 것은 뭘까.

"대인관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에요. 혼자서 책보고 영화보고 그런 걸 더 좋아해요. 사람이 제일 헤어날 수 없는 욕구가 '배움의 욕구'래요.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현실에 한 발을 내딛은 몽상가. '뚜껑소녀' 대신 그에게 붙여주고 싶은 새로운 별명이다. 그는 작품보는 눈이 없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하지만 그가 선택했던 작품들은 그냥 보내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 많았다.

"흥행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하니까. 그동안은 별 부담감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주연이니까 그 느낌을 알겠더라고요. 잘됐으면 하는데..."


충무로의 전설로 살아있는 하명중 감독과 함께 한 영화 '주문진'의 작업이 그에게는 정말 새로 태어나는 경험이었다. 작품의 흥행여부를 떠나 배우로서 내딛는 발에 매달린 모래주머니가 된 셈. 그 주머니를 떼 낸 발은 더 날쌔고 빨라질 것 같다.


"10살이나 어린 역할을 맡아서 저도 모르게 어리게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나봐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러시는 거에요. '어린 척 하지 마, 넌 원래 순수하니까 그 마음을 이끌어내'라고."



강원도 소녀 '지니'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황보라라는 허물을 벗어 던져야 했다.


"고통스러웠죠. 걸음걸이, 먹는 것, 사고방식까지 다 바꿔야 했으니까요.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감독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촬영 중에는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뛰었어요. 나중에는 '악에 받혀서' 하게 되더라고요. 결핍에서 뭔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본인의 모습을 없애려 평소의 자신을 억누르다 보니 '홧병'마저 생겼다.


"황보라를 없애야 하는데 나를 누르고 누르다보니 응어리가 생겼나 봐요. 한의원에 갔더니 목까지 독기가 올라왔다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변해야 하는 배우라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구나' 새삼 느꼈죠."


배우로서의 쉽지 않은 삶에서 또 하나의 고충은 일생 생활에서도 '배우본능'이 발동한다는 것. 작은 감정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는 배우로서의 본능이 연기에 대한 몰입은 높여줘도 그의 실제 삶에 대한 집중은 흩트린다.


"살다가 내가 몰랐던 새로운 감정을 겪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이성이 발동을 해요. '이 느낌을 기억해야 해'하고 말이죠. 나중에 연기할 때 써먹어야 하니까. 감정에 완벽하게 푹 빠지거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해요. 전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사람 같아요. 질서 속에 무질서가 있는 사람이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것 같은데. 절묘하고 멋있게 연기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죠."


'엉뚱함' 속에 '번뜩임'이 있는 배우, 황보라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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