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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특별기획] 애매한 물류창고 규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 서구에서 한 대기업 대리점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지난 5월 난데없이 구청에서 날라든 '건축물 불법 용도 변경에 따른 벌금 통보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A 사장은 그동안 남의 집을 빌려서 만든 조그만 창고와 비좁은 영업장에서 고생을 했다. 그러다 이리저리 빚을 내 새로 조성된 깔끔한 택지에 2층짜리 건물을 짓고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터였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는데 덜컥 구청에서 "건물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벌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구청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들어 보니 A 사장이 물류창고와 영업사무소로 쓰고 있는 건물이 세워진 곳은 관련 법상 제1종 지구단위계획지구로 '물류창고'는 들어설 수 없는 땅이었다.

또 A 사장이 입주한 건물은 제1종 지구단위계획상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돼 있는 건물로, 판매시설과 사무실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A 사장이 근린생활시설로 지어진 건물을 물류창고로 쓰는 것은 '건물 불법 용도 변경'에 해당돼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 사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 사장의 대리점은 관련 법상 '도소매업'으로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영업 중이었다. 또 도소매업은 제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업종으로 규정돼 있어 법적으로 영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물류창고'였다. A 사장처럼 대기업의 물건을 떼다 소매업자들에게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도소매업자들은 대부분 안정적 영업을 위해 한달 치 정도의 물량은 미리 확보해 놓는다. 또 요즘처럼 밀가루 등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락할 때는 조금이라도 쌀 때 물건을 더 들여 놓았다가 비쌀 때 파는 것이 도소매업자들의 생존 전략이다.


따라서 도소매업자들에게 물류창고는 '실과 바늘'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도소매업자들의 입점은 허용해 놓고 판매시설과 겸해 사용하고 있는 물류창고는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A 사장은 "도소매업자들의 입점은 허용해 주면서 정작 필수적 조건인 '물류창고'는 설치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또 당초 제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물류창고'를 규제한 것은 '물류창고업자'의 '물류창고'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도 A 사장을 더 억울하게 만들고 있다.


보관ㆍ운송을 주업으로 하는 물류창고업자들의 물류창고는 특성상 컨테이너 등 대형 화물 차량과 지게차가 빈번히 오가 소음ㆍ매연ㆍ먼지ㆍ진동과 대형 교통사고 우려가 높다.


따라서 물류창고업자들의 '물류창고'가 안정적 주거환경이 필요한 주거 지역에 들어가지 못 하도록 규제가 필요했다.


반면 A 사장의 경우처럼 도소매업자들의 물류창고는 규모도 작고 소형 배달 차량만 오가는 등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 주민들도 특별히 꺼려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도소매업자들의 물류창고는 단지 이름만 같다는 이유로 물류창고업자들의 '물류창고'와 '도매금'으로 묶여 함께 규제를 받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A 사장의 하소연이었다.


A 사장은 "공무원들이 단속을 나와서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사진만 찍어 가더니 덜컥 벌금 통보서를 보내왔다"며 "법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규제를 적용할 때 탁상 공론만 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맞는 지 안 맞는 지 좀 따져보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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