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와 신호등 - 이것만은 뽑고 바로잡자
<4> 전문자격사의 벽.. 정부 '선진화' 요구에 "서비스 질 하락" 반발
[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변호사, 세무사,변리사,법무사,관세사,감정평가사,약사, 회계사 등 9개 전문 자격사 시장의 진입장벽을 풀려는 기획재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전문 자격사들이 옥신각신하고 있다.
재정부는 전문 자격사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士)'자가 들어가는 9개 집단의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로펌이나 병원, 약국, 컨설팅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와 회계사,변리사 등이 동업할 수 있도록 해 한 곳에서 전문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재정부는 11일과 12일 공청회를 열어 이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전문 자격사들은 '시장 선진화 방안'이 "개인 전문직 종사자를 죽이고, 재벌에게 시장을 넘겨주려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왜 확정되지도 않은 방안을 공개하느냐" "탁상공론을 왜 하느냐"고 비난의 화살을 재정부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퍼부었다. 의약 분야 공청회는 대한약사회 등 의약계 관계자 100여명이 점거 농성한 탓에 아예 무산됐다.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 자격사 시장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무(無)자격자가 소비자들에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수긍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높은 진입장벽은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하고, 이들의 기득권 보호 수단으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재정부의 지적 또한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 자격사들은 개인자격과 사무실 입지, 업무 영역, 광고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매우 어렵다.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들여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은 "소수의 공급자 위주로 시장이 운영되다 보니 다른 서비스업 분야와 달리, 의사·변호사 등 전문자격사들이 활동하는 영역에선 여전히 '손님이 왕'이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KD I측은 "정부가 의사 등 특정집단의 소득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면서 "진입 규제 완화와 함께 사후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공영호 평택대 교수도 "우리나라에선 전문자격증이 '철밥통'으로 인식될 정도로 관련 시장이 왜곡돼 있다"면서 "국민 입장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자격사들은 단일 대오를 이뤄 정부의 시장선진화에 맞서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과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등을 통해 "전문 자격사 제도를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정부였지만 이번에도 밀리는 모습이다. 연말까지 관련 법률 개정을 마치고 내년부터 전문 자격사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던 정부의 일정도 사실상 기약 없이 미뤄졌다.
그러나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전문 자격사 시장은 개방할 수밖에 없다. 멀리 보지 못하고 자기 몫만 챙겨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 문제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국민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해당사자만이 아닌 소비자와 국가경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pos="C";$title="";$txt="전문 자격사 1인당 인구 (단위: 명, 자료: KDI)";$size="500,269,0";$no="2009112522330276115_2.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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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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