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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산업육성정책 되레 기업 발목 잡는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1. 내실경영으로 수주 불황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중견 조선업체 B사 CEO는 최근 은행 지점장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 대출금 및 향후 추가될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정부의 조선업계 지원책 수혜 기업에 해당된다는 증거 서류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기업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게 지점장의 설명이다.

#2. IMF 외환위기 당시 산업별 구조조정을 통해 하나로 통폐합된 국내 철도 전동차 산업은 10년도 안돼 외국사가 참여하는 자율경쟁 체제로 바꿨다. 독과점 시장을 푼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문제는 엉뚱한데서 터졌다.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철도 시스템 호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눈앞에 보이는 규제만 풀어줌으로서 국내 전동차 산업의 위축은 물론 호환이 결여된 인프라 때문에 향후 거액의 사회적 비용을 국민들이 떠 앉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육성정책이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업계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구 정권의 정책에 이름만 바꾼 정책, 실적을 위한 정책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 조선, 철강, 휴대전화, 자동차 등 주력사업의 낮아진 지속가능성장 곡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의 경우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하이닉스 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건이 결국 자연보전구역에서의 공장 증설 불가라는 문제로 인해 수년간 지연돼 올해 열매를 충분히 따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세수 확대를 위해 국내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제공하던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 혜택을 내년부터 폐기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에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올해 10조원 이상, 내년에도 6조원 이상을 국내 시설투자에 지출하려고 했던 철강업계는 제도가 폐지될 경우 투자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도 정부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일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부품소재산업 육성 정책은 지난 1960년대부터 정부가 개선하려고 노력해온 과제였다. 매 정권마다 각종 육성책이 나오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산업정책 입안 업무를 맡았던 전직 고위 공무원은 "산업 지원 정책은 정권 하나의 큰 틀을 놓고 10년, 20년 이상 중장기 계획에 의해 풀어나가는 한편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쏟아지지만 시장의 원칙과 무관하고 정권의 실적을 위한 정책이 대부분이라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이 줄어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스크린 골프장 1위 업체인 골프존의 경우 경우 시장 출시 3년 만에 지난해 전세계 시장의 52%를 장악했으며, 올 연말까지는 6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게임도 여전히 해외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야중 하나다. 이들 산업은 정부의 육성 정책 보다는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자생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정부의 육성정책과 산업의 성장이 반드시 정비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B사처럼 정부의 육성제도로 인해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이 피해를 받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생존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가리는 것은 결국 시장이므로 업체를 선별하는 기준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측도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왜곡현상을 낳고 있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정책 모두 규제의 큰 틀안에서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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