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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사막의 기적? 무너지는 모래성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한 때 국내 서점에서 두바이와 관련된 경제서적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의 창조적 리더십은 경영학의 단골소재였고, 인공섬 위에 세워진 마천루와 고급 휴양지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두바이 초고속 성장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쳐오면서 두바이 경제는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무너져 버렸다. 다른 이머징 국가들이 금융위기 동안 세계 경제의 주력으로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두바이 경제의 흥망 과정은 결국 모래 위에 세워진 성이 오래갈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 오아시스 아닌 신기루= 두바이가 세계경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들어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이 두바이의 문호를 활짝 열면서 부터다. 그 전까지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토후국들 가운데에서도 소국에 불과했다. 70년대 유전개발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모하메드 국왕의 통치와 더불어 개방에 적극 나선 두바이는 동서양의 중간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강점을 내세워 중동의 금융과 관광, 교통 '허브'를 자처하고 나섰다. 아울러 외국 기업들에 면세 혜택을 부여하고 100%기업 소유권을 인정하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외국 자본을 끌어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 수중 호텔, 인공섬을 채우고 있는 고급 빌라들. 모하메드 국왕은 이 모든 것들을 해외자본에 의존해 이뤄냈다. 원유수출에 의존하기보다 장기전망을 생각해 금융·관광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모하메드 국왕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으나 문제는 제조업과 내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너무 무리하게 해외 자본을 끌어 썼다는 것. 인디펜던지에 따르면 10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두바이가 모은 해외 유동성은 8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보다 더 많게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외국인 투자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개발에 집중된 경제구조도 문제였다. 건설부동산 부문이 두바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해, 부동산 시장 침체는 전체 경제를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금융위기로 해외 자본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을 때 두바이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받은 그다지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외국인 유출로 인한 인구감소와 유동성 부족으로 부동산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50% 급락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버리고 간 외제차들이 즐비했고 곳곳에 짓다 만 건물들이 흉물로 방치됐다.


그 결과 25일(현지시간)에는 두바이 3대 국영지주업체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두바이,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결국 두바이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두바이가 몰락하는 것은 주변 걸프국가들 가운데 그 누구도 바라는 일이 아니다. 두바이가 몰락할 경우 이 지역 투자는 꽁꽁 얼어붙으며 주변국까지 경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이 풍부한 산유국 아부다비가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부다비는 지난 2월에도 두바이 채권 100억 달러어치를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두바이가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 일은 두바이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일이 과도한 규제완화와 이를 통한 자본유치 전략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직후 러시아, 한국 등에서는 '두바이식' 버블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카타르 일간지 더 페닌술라에 따르면 한 금융전문가는 “두바이 발전 모델을 따라하려는 이 지역 일부 국가들은 이번 일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각국의 특성을 무시하거나 너무 빨리 규모를 불리고 글로벌화를 진행할 경우 탈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도 두바이가 부동산개발과 외국인 자본에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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