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려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재건팀(PRT) 파견 및 군 병력 파병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도 깊어가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국익을 위해서라도 민간재건팀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병력 파병은 불가피하다며 적극 찬성인 반면 민주당은 전투병력 파병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파병동의안은 국회 일정 상 내년 초 제출되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적극 저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회 의석 분표 상 과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파병에 찬성하고 있어 동의안 처리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관계와 국익을 내세운 한나라당은 파병에 적극적이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파병을 위한 파병안이 아니고 재건단을 보호하기 위한 군대를 보내겠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에 파병동의안에 찬성했고, 추가 동의안이 올 때마다 처리해 결국 6년 가까이 파병동의안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군 중심의 아프간 파병을 주도한 경험이 있으면서 민간중심의 파견마저 반대하는 민주당의 이율배반적 행동은 국익을 배제한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논의 끝에 18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파병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기로 했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파병을 둘러싼 의원들의 찬반이 맞서면서 당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소속 의원 87명 전원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파병 반대 당론을 확정하고 목소리를 내려했던 지도부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았는데 당 지도부가 조기에 공론화 작업을 벌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야당이 아프간 파병에 반대한다는 여론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비공개 의총에서 "재파병을 보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또 객관적 근거나 필요성이 없고 공식적으로 미국이 파병을 요청해온 것도 아닌 상황에서 명분도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은 "당장 당론을 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내년 나토의 아프간 관련 회의를 충분히 검토해 결정해도 된다"고 당론 결정 유보를 촉구했다. 군 출신인 서종표 의원도 "과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았던 우리도 이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PRT 보호를 위한 파병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 지도부가 수차례 회의에서 파병 반대 목소리를 냈고 의총에서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결정을 유보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후에 당론을 결정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고 성토했다.
과거 집권여당 시절에 한미관계와 국익을 내세워 파병동의안을 수차례 처리해온 것도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또한 지난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처럼 아프간 파병 문제가 당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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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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