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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M&A매물…수요는 빈곤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M&A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매머드급'으로 불리는 업종 대표기업들이다. 하지만 잠재적 인수후보인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데다, 신성장산업 등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소위 '빅딜'은 해외 사모펀드 등 투기성 자본들만 기웃거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칫 대형 매물의 새 주인이 등장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 재매각 등 매물 포화= 효성의 인수포기선언으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무산된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이 10개월만에 M&A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측면에서 채권단이 계속 보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다음달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내년부터 재매각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 M&A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와 GS의 중도탈락으로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올해 1월말 매각계약이 파기됐다. 민 회장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매각시기를 계속 늦출 수 없다"며 "향후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도하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도 본격 진행된다. 캠코는 최근 삼정KPMG-메릴린치 컨소시엄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실사준비에 나서고 있다. 채권단은 또 효성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하이닉스도 조속히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오는 16일 하이닉스 매각 관련 향후 진행방향 협의를 위한 주식관리협의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도 순번표를 기다리고 있는 대형매물이다. 금융권 매물도 규모가 만만치 않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푸르덴셜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요지부동 '빅4'...해외자본만 기웃= 수조원대의 대형기업들이 쏟아져나면서 M&A시장의 '공급'은 포화상태에 도달했지만, '수요'는 빈곤 그 자체이다. 금융당국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때처럼 과도한 차입으로 대형매물을 사들였다가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막기위해 인수자격을 꼼꼼히 따진다는 입장이어서 중견그룹들의 도전은 쉽지않을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한국항공우주, 대우인터, 하이닉스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가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을 매각할 때는 가격보다는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 등을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밝혀, 자격 요건을 엄격히 따지진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결국 국내업체중에서는 금융위기 과정을 비교적 무난히 넘긴 삼성ㆍSKㆍ현대차ㆍLG 등 '빅4'와 포스코, 롯데, 현대중공업, GS 정도가 대형매물을 노려볼만한 후보군이지만 정작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에너지,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이 각광을 받고, 해외시장에도 값싼 유력 매물들이 넘쳐나면서 이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결국 매물 조절이 없다면 현재 진행중인 대우건설 인수전처럼 외국계자본 위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대형기업을 매각하기 좋은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무리한 덩치확장보다는 신성장산업이나 해외매물 등 다변화된 M&A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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