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검증한 우량기업 vs 상대적 싼 가격에 인수한 증권사 물량 부담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코스닥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금 조달에 목마른 상장사들이 잇따라 잔액인수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잔액인수 방식이란 주식의 발행 기관이 증권 발행에 관한 모든 업무와 판매 부진에 따른 위험 부담까지 책임지는 일을 일컫는데, 잔액인수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할 경우 청약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장사들이 안전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는 분위기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씨앤에스테크놀로지와 HS바이오팜 등이 잔액인수 방식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에 앞서 셀런에스엔은 잔액인수 방식을 통한 유상증자를 마무리지었다. 당초 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고자 했으나 일반 청약 결과 기대에 못미치는 30억원 가량이 조달됐다. 이에 대신증권은 4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했다.
셀런에스엔 입장에서는 인수금액의 15%를 수수료로 지불하긴 했으나 잔액인수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자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상장사는 신주 발행을 위한 청약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비싼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실패하더라도 조달된 자금으로 수수료를 내면 된다는 생각에 잔액인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때 자금 조달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수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잔액인수 방식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반면 증권사입장에서는 잔액인수는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투자다.
물론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우량한 기업 위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500원에 신주를 발행한 셀런에스엔의 경우로 따져보면 대신증권은 15% 수수료를 감안하면 425원 이상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면 이익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셀런에스엔의 주가는 505원인 만큼 적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물량이 너무 많아서 한번에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셀런에스엔의 일 평균 거래량은 30만주 안팎이다 보니 800만주를 인수한 대신증권 입장에서는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하지 않는 이상 처분이 곤란한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셀런에스엔의 2대주주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은 잔액인수에 의한 유상증자 참여시 물량 부담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셀런에스엔은 15% 수수료를 부담했지만 이보다 더 높은 수수료 제공을 약속하고 잔액인수를 결정하는 상장사도 적지 않다. HS바이오팜은 대우증권에 청약미달분 인수금액의 17%를 수수료로 제공한다.
따라서 잔액인수 증권사는 신규 상장과 동시에 매각을 결정하기 쉽다. 유상증자 발행가액 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가 증권사 입장에서 굳이 장기 투자로 자금을 묶어둘 필요성이 적기 때문.
대신증권 관계자도 "현재 셀런에스엔 투자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만큼 물량 출회가 없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셀런에스엔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신증권이 장기 투자를 결정하기만을 바라고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셀런에스엔에 국한된 특수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잔액인수를 결정한 상장사 대부분에 해당된다.
물론 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는 다면 상장사와 투자자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상증자에 나선 대부분 상장사는 차입금 상환에 많은 자금을 할당하고 있다.
잔액인수를 결정한 상장사는 증권사가 투자를 결정할 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은 회사라고 볼 수 있지만 청약 실패로 인해 증권사가 주식을 인수한 이후에는 물량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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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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