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왔던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침묵을 깨뜨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가진 조찬회동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것이 좋으니까 당에서도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과 제27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세종시 문제에 침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발언이다.
또한 이는 지난 2월 취임 이후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의 첫 공식 언급이다. 세종시 원안 고수 또는 수정 추진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언급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만 볼 때 원안 추진을 의미한 것인지 수정 추진에 무게를 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세종시 문제는 이 대통령에게 풀기 힘든 숙제다. 대선 과정을 여러 차례에 걸쳐 원안 추진을 약속했지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감안할 때 수정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만일 이 대통령이 원안을 고수할 경우 여야 정치권은 물론 여권 내부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면 자족기능을 상실한 유령도시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대통령과 여권 주류의 고민이다. 한마디로 대선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과 국가지도자로서 백년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뇌가 적지 않은 것.
하지만 이 대통령의 속내는 수정 추진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정 대표와의 조찬회동에서 '충분히 숙고하는 게 좋겠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수정 추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우선 충청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발탁한 것 자체가 세종시 문제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미 예전부터 나왔다. 실제 정 총리는 국무총리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정 추진론을 언급, 세종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해 충청 출신 총리를 발탁, 세종시 문제로 인한 예민해진 충청 민심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다독이겠다는 것.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 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세종시 문제를 염두에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정략적 계산 없이,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는 세종시 문제를 10.28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없이 국가의 장래를 최우선적인 관점에서 놓고 추진하겠다는 것. 간접적으로나마 수정 추진의 입장을 밝혔던 것.
다만 세종시 문제로 여권내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가 연일 난타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과 세종시 문제가 그동안 잠잠했던 계파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분간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총리실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대안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발표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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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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