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실행 계획 빠진 채 애매모호한 정책 방향만 제시...4G 전략 변화 주문도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정부가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인 와이브로의 국내외 위상 강화를 위해 '와이브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빠진 채 '조속히' '되도록' 등 애매모호한 정책 방향만을 제시함으로써 "전략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 대역폭 변경, 신규사업자 진입여건 조성, MVNO(가상망사업자) 도입을 골자로 하는 '와이브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06년 6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와이브로는 3년이 지난 현재 국내 가입자가 25만명 수준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통위의 이번 대책은 국내 활성화를 견인해 또 다른 4세대 이통 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와의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와이브로가 처한 암울한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 대책이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주파수 대역폭 변경은 기존의 8.75MHz 외에도 다른 국가들이 사용하는 10MHz 폭을 추가한다는 내용이지만, 이는 와이브로 활성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를 통해 망 구축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안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KT와 SK텔레콤 등의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으로 전국망 확대를 유도한다고 자신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방통위가 언급한 MVNO 제도 도입도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도매대가 산정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 완화를 위해 KT와 SK텔레콤 등 기존 사업자에게 와이브로는 물론 WCDMA 망까지 대여해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마찰의 불씨만을 낳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와이브로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식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방통위가 와이브로 허가조건 이행 여부를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은 2006~2008년 2년간 각각 6882억원, 5329억원을 투자해 당초 투자목표에 86%, 8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영업정지나 벌금부과 등 중징계 대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분기별로 이행계획서를 제출토록 하는 것 자체가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유도해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이번 대책의 밑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로 사업은 처음부터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준 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활성화가 더디고, 해외에서는 LTE에 쫓기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이고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